한국계 미국인인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28일 "지금은 한국이 메르스 사태를 겪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국제 사회에서 메르스를 해결하는 데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한 김 사무총장은 "한국은 과학 인프라 수준이 높고 질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 많은 외국 정부와 기업이 메르스 관련 연구와 대책 마련에서 한국과 협력하길 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설립을 주도한 국제백신연구소는 개발도상국 국민을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백신 개발과 보급에 주력하는 비영리 국제기구다. 여러 국가가 경쟁한 끝에 1994년 한국이 본부를 유치했으며, 40개 국가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올해 9월 한국 정부 및 의료진과 메르스 사태의 경위를 분석하고 해법을 논의하는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메르스가 어떻게 확산했고, 어떻게 병을 추적하고 치료했는지 한국 의사들과 정부의 경험을 공유하는 심포지엄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개발 중인 메르스 백신에 대해서는 사람과 가장 유사한 원숭이 실험 단계가 마무리됐고, 인체 실험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3년 전 중동에서 메르스가 발병한 후 여러 기관에서 예비 백신을 개발했는데, 지금까지 두 개의 예비 백신이 원숭이 실험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고 이제 인체실험을 바라보는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르스 같은 감염병은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나 인플루엔자와는 다르게 발병했다가 없어지기 때문에 실험군이나 대조군을 설정해 사람에게 실험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며 "사람에게 실험하기 전까지 낙관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메르스 사태를 직접 지켜본 그는 "한국에서 메르스가 이렇게 유행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번 사태를 기회로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2년 전 북한에서 연구 및 백신 지원 활동을 중단한 국제백신연구소가 이를 재개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는 "국제 상황 때문에 북한에 대한 국제백신연구소의 지원도 2013년에 종료된 상황"이라며 "중립적인 국제기구로서 북한에서 진행하던 공공의료 연구소 활동을 재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북한 정부로부터도 지원 요청을 받았고, 이에 관련해 계속 국제적 공조를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계 미국인 의사인 김 사무총장은 에이즈 바이러스와 백신 개발의 권위자로, 지난해 9월 IVI의 첫 한국계 수장으로 임명됐다. 이달 22일 취임식을 가진 그는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벌인 김현구 선생의 손자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백신 관련단체인 '백신 네이션'이 꼽은 '2014년도 백신분야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먹고 싶은 한국 음식도 많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많은데, 아직 많이 경험해보지 못했다"며 "틈이 나면 아직 들르지 못한 할아버지 묘소도 들르고, 경주 등 유적지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