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와 국제채권단간 구제 금융 협상이 결렬되면서 그리스의 국가 부도가 임박했다.
그리스 전역에서 대량 현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자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저녁 TV를 통해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은행 영업을 중단시키고 자본을 통제하는 긴급 조치를 내렸다.
치프라스 총리는 "(유로존의) 구제금융 단기 연장안 거부가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가용 유동성을 제한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오늘 결정으로 이어졌고, 또한 그리스 중앙은행이 은행 영업중단과 예금인출 제한 조치의 발동을 요청하는 상황을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그는 "유로존은 오늘 밤에라도 ECB가 그리스 은행들에 유동성을 늘려주는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고 호소하며, 예금은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침착함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주식 시장도 당분간 열지 않기로 했다.
그리스 은행의 영업 중단은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되는 다음달 5일까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의 협상안을 거부하고 다음달 5일 국민투표 실시 방침을 밝힌 지난 27일 하루에만 그리스 전역에서 6억유로나 인출되는 등 뱅크런이 현실화한데 따른 것이다.
은행 영업중단 조치는 사실상 그리스 국가 경제가 마비 상태에 빠지는 것을 뜻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는 당장 30일 국제통화기금 IMF에 채무 15억 유로를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상환 여부는 불확실하고,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ECB는은 28일 그리스 은행권에 제공하는 긴급유동성지원(ELA) 금액 한도를 일단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ECB는 지난 17일부터 23일 사이 네 번이나 ELA 한도를 841억 유로에서 890억 유로로 약 50억 유로 가량을 올린 바 있다.
구제금융과 별개인 ELA는 시중 은행이 자금난을 겪을 우려가 있을 때 유로존 각국 중앙은행이 ECB의 승인을 받아 공급하는 것으로 ECB가 평소 적용하는 금융 프로그램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독일 등 유럽 채권국들은 그리스 위기 해결과 유로화 통화 안정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그리스가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면서도 각국의 상호 연관성을 감안할 때 예상치 못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달 5일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국제채권단의 협상안에 찬성할 경우 IMF를 비롯한 채권단이 다시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남아 있다.
28일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 24∼26일 카파 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채권단의 방안에 찬성하는 의견이 47.2%, 반대는 33.0%로 각각 나타났다.
그러나 국민투표에서 찬성이 높게 나오더라고 그리스 사태가 수습 국면으로 들어서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