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2월 2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공천 혁신 서약식을 마치고 손을 잡고 있다. 윤창원 기자야전상의 차림으로 6·3 지방선거 '혁신 공천'을 약속했던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생각했던 방향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13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달 12일 임명된 지 29일 만이다.
장동혁 지도부는 "다시 모셔올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복귀 여부는 불투명하다. 선거를 불과 80여일 앞두고
공천 면접 심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공관위원장이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잠적한 초유의 사태로, 당내 혼란은 더 가중되는 양상이다.
"오세훈 미등록, 크게 작용한 듯"
이 위원장의 돌연 사퇴 배경 중 하나로는 대구·부산시장 후보 경선룰에 대한 '공관위 내 이견'이 거론된다. 한 공관위원은 CBS노컷뉴스에 이 위원장이 대구시장 경선에서 현역 중진 의원에게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
실제로는 당의 노선 전환을 둘러싼 장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간 '파워 게임'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힘을 받고 있다.
앞서 8일 공천 신청을 거부했던 오 시장은 9일 국민의힘 의원 전원 명의의 '절윤' 결의문이 나온 이후에도, 이에 상응하는 행동을 보이라며 장 대표를 거듭 압박했다. 그러면서 12일 마감된 추가 공천 신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이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추가 공모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애초
특정인을 염두에 둔 '예외'를 마뜩찮게 여겼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이 위원장은 오 시장이 원래 기한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을 때부터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정치권에서 의미심장하게 회자된 표현은 본인을 중심으로 세상이 움직인다는 의미의
'오동설(吾動設)'. 이 위원장은 공천 신청 마감 직후, 페이스북에 이 단어를 쓰면서 "후보 없이 선거를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공천 기강은 반드시 세우겠다"고 적었다.
이는 오(吳) 시장을 중의적으로 겨냥한 비판으로 풀이됐다. 당초 '현역 프리미엄을 무기로 안일한 공천을 기대하지 말라'던 이 위원장의 경고성 발언과 같은 맥락이기도 했다.
하지만 먼저 한 발 물러선 것은 이 위원장이었다. 오 시장을 향해 "정치질서 자체를 희화화하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던 이 위원장이었지만, 이내 "데드라인이 따로 있진 않다"고 추가 접수 가능성을 꺼내들었다.
반면 오 시장은 △혁신선대위 조기 출범 △당권파 일부 인사 경질 등을 출마 조건으로 내걸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압박했다. 오 시장은 현재의 장 대표 노선대로 선거를 치르면 '필패'라고도 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충분히 이해한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오 시장이 추가 신청 기회마저 '패싱'하자, 이 위원장의 고민이 더 커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당 관계자는
"과거 당대표까지 지낸 분에겐 곤혹스러운 상황의 연속이었을 것"이라고 했고, 또다른 당직자도 오 시장 사안이 "복합적 원인 중 하나였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파행에 갈리는 오세훈 평가…"승부수" vs "무리수"
이같은 상황에서 오 시장의 '버티기'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갈린다. 그간 번번이 무산된 당의 변화를 추동할 '승부수'라는 고평가가 있는가 하면, 당의 선거시계만 늦춘 무책임한 '악수(惡手)'라는 혹평도 존재한다.
초선 김재섭 의원(서울 도봉구갑)은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오 시장의 공천 미신청에 대해
"내가 출마해야 수도 서울을 지킬 수 있다는 불안감·책임감 등 때문에 당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재선 의원도 "오 시장의 정치적 영향력이 재확인됐다"고 했다.
이와 반대로, 지도부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 체제를 흔들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고 본다. 한 관계자는
"플레이어가 경기 룰을 세팅하려는 것은 선을 넘은 일"이라고 반발했다.
비단 당권파에서만 나오는 지적도 아니다. 당에서 가장 먼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윤희숙 전 의원은
"장수는 전장으로 가야 한다"며 오 시장을 비판했다. 당의 쇄신을 주도하겠다면 장외 기싸움이 아닌 경선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윤 전 의원은 통화에서 "여론은 '후보는 후보의 일을 하라'는 것"이라며 "경선 속에서 (혁신) 얘기를 해야 그 흐름을 더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