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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배신의 정치'에 밀려난 민주공화국의 가치

칼럼

    [시론] '배신의 정치'에 밀려난 민주공화국의 가치

    • 2015-07-08 16:45

     

    유승민 원내대표가 오늘 당 의원총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결국 사퇴했다. 대통령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택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분란의 한 축은 일단 해소됐다. 그러나 후속 원내대표 선출, 새로운 당청관계, 당내 권력투쟁 등 새누리당의 과제는 계속 남아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부조리한 월권적 분노에 호응해 제2의 '유정회' 논란을 자처한 것은 한국 정당사에서 새누리당이 감당해야 할 오욕의 역사가 됐다.

    유승민 의원은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사퇴하지 않은 이유가 우리 헌법 제1조에 명시된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사퇴회견문에서 밝혔다. 대통령과 친박의 사퇴 요구가 민주공화국 헌정질서의 법과 원칙, 정의의 가치에 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공감한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 또 국회에 대해서 불만을 표출할 수 있다. 그러나 국무회의에서 여당 지도부에 대해 배신과 심판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 더구나 여당의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선출한 자리이다. 대통령과 더불어 또 하나의 국민대표인 국회를 무시한 것은 대통령 스스로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말했던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망각한 것이었다. 사실 우리의 헌법체계를 보면 국민(제2장) 다음에 국회가 있고(제3장), 그 다음에 대통령이 온다(제4장제1절). 유신 독재 헌법에서는 대통령이 앞에 있고(제4장) 국회는 정부(제5장)보다도 뒤에 있었다(제6장).

    지난 6월 25일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과 이후 청와대의 태도는 정책과 법률 차원에서 재의를 요구하는 국회법 개정안 자체가 초점이 아니었다. 박 대통령의 권위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제왕적 통치 리더십을 다시 잡고자 하는 정치적 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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