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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넘겨 준 ‘종자주권’…농협, 국내종자보급 뒷짐

경제정책

    일본에 넘겨 준 ‘종자주권’…농협, 국내종자보급 뒷짐

    국내 소비 양파종자 80%는 일본산

    자료사진 (사진 = 스마트이미지 제공)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식량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재배되는 채소와 과일의 대부분이 수입종자에 의존하면서 식량안보가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 지금이라도 종자 자급률을 높여 종자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국내 중소 종묘업체와 개인 육종가들이 우수한 품질의 종자를 개발해도 수입산 종자의 높은 장벽에 막혀 시장 진입에 애를 먹고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종자 유통시장의 절대 강자인 농협이 국내산 종자 보급에 뒷짐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종자주권을 지키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빼앗긴 종자주권…수입종자 ‘부르는 게 값’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4년 말 현재 종자 국산화율은 벼와 보리, 콩, 고구마 등 식량작물이 98%, 배추와 고추, 오이, 수박은 100%에 이른다. 하지만 채소류 가운데 양파의 국산화율은 18%에 불과하다.

    특히, 사과는 17%, 배 9.5%, 포도는 1%로 과수종자의 국산화율이 매우 떨어진다. 외국산 수입 종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양파 종자의 경우 1kg당 수입가격이 지난 2012년 255달러에서 2013년에는 192달러로 떨어지더니 지난해는 219달러로 다시 크게 올랐다.

    국내 양파종자 소비물량의 80%를 공급하는 일본이 종자가격을 멋대로 조절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자급률이 35%에 불과한 토마토 종자의 경우도 1kg당 수입가격이 2012년 1,667달러에서 2013년에는 1,923달러로 15.4%나 폭등한데 이어 지난해는 1,997달러로 다시 3.8% 올랐다.

    우리나라가 종자주권을 지키지 못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 수입종자 벽에 막힌 국산종자…외국 떠돌이 신세

    현재 우리나라는 쌀과 보리 등 식량종자에 대해선 국가가 직접 관리하지만 채소와 과수종자는 민간 자율에 맡기면서 이들 품목의 종자 자급률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민간기업과 개인 육종가들이 사비를 털어 종자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고 연구비 부담도 워낙 커서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외국산 종자와 경쟁할 수 있는 우수한 품질의 종자를 개발해도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넘지 못하고 개발한 종자를 버려야 하는 안타까운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양파종자 국산화에 성공한 A회사의 경우 국내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를 떠돌며 수출 길을 뚫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종자를 개발하면 뭐하냐”며 “국내에서 써주지 않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농촌경제연구원 박기환 박사는 “국내 육종가들이 개인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종자를 개발해도 막상 영업력이 떨어져 판매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전국에 유통망을 갖고 있는 대규모 종자회사와 연계 판매하는 방안 등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 농협, 국산종자 외면…수입종자 판매 앞장

    국내 종자 유통시장의 절대 강자는 바로 ‘농협’이다. 전국의 단위농협을 통해 종자를 직접 판매하거나 계약재배 농가에 공급한다.

    특히, 수입종자는 한국다끼이종묘 등 외국계 회사들이 수입해 오면 종묘상을 거쳐 농협과 중간 유통 상인들이 농민들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일본산 양파종자의 경우 서남부채소농협과 신안농협, 몽탄농협 등 농협조직이 판매를 맡고 있다. 전남 서남부채소농협은 연간 판매하는 양파종자 600kg 가운데 90%는 일본산 종자를 보급하고 있다.

    이처럼 농협이 수입종자 판매에 앞장서면서 국내산 종자는 설 땅을 잃고 있다. 농협이 국내산 종자 보급사업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RELNEWS:right}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농민들이 새로운 종자에 대해 극도로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며 “한 해 농사를 망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농협이 국산 종자 사용을 적극 권장했다가 농사가 잘못되면 모든 책임이 농협으로 돌아올 게 분명한데 위험을 감수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소규모 종묘업체와 개인 육종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김성진(57세, 개인 육종가)씨는 “농협이 마진율이 좋은 수입종자 장사에 안주하고 있다”며 “농협이 자체 계약재배 농가에 공급하는 씨앗만이라도 일정 부분 국내산을 사용한다면, 국산종자가 살 길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협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국산 종자를 확대 보급하는데 앞장서야 하는데, 오히려 일본산 종자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며 “과연 누구를 위한 농협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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