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피하려 일부러 5인 미만 고용
-권고사직이란 이름으로 부당해고 만연해
-여성직원 성차별 은폐, 접대 나서기도
-공동단협만들어 노조에 권한 부여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박세중 (출판노동실태조사위원회 위원장)
출판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장시간 노동은 물론,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는 상시해고의 공포 때문에 이제는 일하기 힘든 출판업계가 아니라 일할 수 없는 출판업계가 됐다는 말인데요. 출판노동실태조사위원회의 박세중 위원장을 연결해서 업계 현실을 들어보겠습니다.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 박세중>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출판노동자들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가 이번이 처음이었다면서요?
◆ 박세중> 맞습니다. 출판노동자들이 직접 구성하고 참여한 최초의 조사라는 데에 의미가 있고요. 매년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출판산업실태조사라는 걸 발표를 하고 있는데, 노동부문은 한두 페이지로 현실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출판노동실태조사는 출판노동자들의 현실과 목표를 담는 방향으로 조사를 했습니다.
◇ 박재홍> 이번에 공개된 노동실태 내용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게 ‘근로형태는 대부분 정규직인데, 상시해고와 고용불안 속에 일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정규직인데 왜 고용불안과 상시해고에 노출된 건가요?
◆ 박세중> 정규직이 정규직이 아니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고요. 매년마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말이 출판계에서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습니다. 출판산업의 위기가 고스란히 출판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형태인 거고요. 부당해고도 잦기 때문에 사실상 해고를 하면서 권고사직이라는 형태로 사람을 자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있습니다. 그리고 경영상의 사유로 해고를 하면서도 해고를 피하기 위한 자구책을 준비하지 않고 그냥 어려우니까 오늘까지만 나와라는 식으로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이 있고요. 실직자들의 응답자 중에 77% 정도가 현재 가장 시급한 사업으로 부당해고와 같은 생존권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 박재홍> 내용을 보면 의도적으로 근로기준법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는 내용도 있던데요.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 주실까요?
◆ 박세중> 그렇죠. 아무래도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근로기준법 등 기본적인 노동법부터 지켜지지 않는 것이고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도 보호받지 않는 비율이 34% 정도였고요. 그리고 전반적으로 취업규칙이 없거나 자유롭게 열람할 수 없는 불법이 만연해 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노동법의 제약을 받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더욱 불안한 처지에 놓이는 경우가 많이 있고요. 심지어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서 5인 미만 사업장으로로 만드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들었습니다.
◇ 박재홍> 실제적인 실태조사도 있을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어떻게 무시당하고 있었습니까?
◆ 박세중> 대표적으로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우리 사회에서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임신, 출산, 육아에 관한 권리가 법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면이 분명히 있지만 오히려 출판업계에서는 그런 것들을 잘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사로부터 임신을 늦출 것을 종용받는 경우도 제법 있었고요. 아이를 가질 경우에 사실상 제대로 된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회사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여성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여성 노동자들의 비율이 75% 정도로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도 불행한 처지에 놓여있고요. 아무래도 소형 사업장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 가족이라는 외향을 띄고 있어서 성차별, 성폭력 등에 대한 문제가 은폐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료사진
◇ 박재홍> 그래요? 여성들이 75% 이상이면 여성들에게 열려있는 직장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출판사 쪽에서 그런 여성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를 갖지 말라고 한다고요?
◆ 박세중> 네, 오히려 더 불안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게 현실입니다.
◇ 박재홍> 성폭력이라는 게 무슨 말씀이세요?
◆ 박세중> 성폭력이라는 게 이를테면 여자가 접대를 한다는 식으로...
◇ 박재홍> 접대를 한다고요?
◆ 박세중> 네. 직장상사에게 일상적인 성희롱 피해를 받는다거나 신체 접촉 같은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래요? 그런 것도 신고를 많이 받으신 거네요.
◆ 박세중> 네, 맞습니다. 그런 것들 또한 보고서에 다 담겨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5인 이하 사업장 말고, 대형출판사들은 어떤가요?
◆ 박세중> 아무래도 조금 더 낫기는 한데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임신, 출산, 육아에 관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경우가 굉장히 많이 있고요. 출산 전후 휴가와 육아휴직을 구분하지 못하고 그냥 보내는 경우도 있고요. 오히려 대형 출판사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고약한 형태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편집자를 물류창고로 부당 파견한 경우가 있었고요.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우수 출판사라고 선정해 강조를 했는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등 불법적인 행태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노동부와 문화부가 부처 간 협의를 통해서 노동법을 어기는 회사에는 어떤 제재를 가하는 조치를 취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대형 출판사라든지 출판사업계에서 여성들에게 아이를 갖지 말라는 요구를 하고 또 술자리에 여성 직원들을 접대에 동원하기도 했고요. 그러면 이런 행태가 출판업계의 일상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는 건가요?
◆ 박세중> 이런 것들이 한두 출판사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닌 거고요. 저희가 지금까지 조사를 하고 다른 노동자들과 면담을 했을 때 보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문화의 최전선인 출판업계에서 이런 일이 있다는 게 참 상상하기 힘든데. 그러면 해법은 뭡니까?
◆ 박세중> 우선 출판업계에서는 권리에 대한 계약을 중요하게 생각을 하는데요. 출판권이나 저작권에 관한 계약만 생각을 할 뿐이지 노동권에 대한 것은 생각을 가볍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크게 두 가지를 말씀을 드릴 수 있는데요. 첫 번째로는 출판산업 내 공동단협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산업 내에 노동자들이 부당해고나 성희롱 같은 끔찍한 그런 일을 겪지 않더라도 일상적으로 단협을 이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고요. 또 하나는 노사정 테이블을 상설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국가의 출판산업이라는 건 대부분 다 사용자들을 지원하는 쪽으로 이루어져 왔는데요. 사업장들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하면서 노조에 권한을 부여하고 노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대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노동권을 강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신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 박세중> 감사합니다.
◇ 박재홍> 출판노동실태조사위원회 박세중 위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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