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porn 검색결과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포르노에 빗대어,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의 비쥬얼을 푸드포르노(foodporn)라는 용어로 표현하곤 한다.
◇ 당신을 매혹시키는 푸드포르노
SNS매체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이나 동영상 중, '#foodporn'란 해시태그가 달려있는 게시물은 6천만 개.
1시간에 5,000개가 넘는 푸드포르노 관련 게시물이 올라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먹스타그램', '맛스타그램'등의 우리말 태그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유사 용어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을 감안하면 온라인 상에서 푸드포르노를 즐기는 사람의 숫자는 상당하다고 봐야 타당해 보인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을 넘어서 공유되고 퍼지는 푸드포르노. 그 열광의 시작엔 '먹방'이 있다.
◇ 먹방의 바람
영화 '베를린' 속 하정우 (사진=베를린 메이킹 영상 캡쳐)
2008년, 대한민국에 먹방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실시간 온라인 방송 아프리카TV에서 개인 방송자(BJ)들은 카메라 앞에서 혼자 식사를 하며 웃고 말하기 시작한다. 많은 음식을 먹을수록, 맛있게 먹을수록 사람들은 열광했다.
2010년, 배우 하정우가 영화 '황해'에서 김, 핫바, 삶은 감자를 먹는 장면이 공전의 히트를 쳤다. 이런 연기가 관객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먹방배우, 먹방이라는 용어가 통용된다.
'먹방', 말 그대로 먹는 방송이 난리가 난 것이다. TV나 영화, 인터넷을 통해 누군가의 먹는 모습이 급격하게 소비되면서 신기하게 바라보는 해외 언론의 모습이 눈에 띈다.
한국의 트렌드로 '인터넷 먹방', 'Mukbang'을 소개한다. 외국 사람의 시각으로는 먹는 모습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 그것을 통해 인터넷 화폐를 버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먹방의 파워는 대단했다. 대표적인 예가 맛집을 직접 찾아가서 음식을 먹는 프로그램 '식신로드'와 '테이스티로드', 먹방을 주제로 한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이다.
방송에 나온 음식점과 음식이 바로 인기검색어에 뜨고, 대기손님이 많아져 장시간을 기다리지 않으면 음식 구경하기조차 힘들어지는 등 큰 파급효과를 내고 있다.
◇ 먹방의 진화, 쿡방
'냉장고를 부탁해' 쉐프들과 '집밥 백선생'의 백종원 대표. (사진=공식홈페이지 캡처)
해피투게더의 야간매점을 통해 방송에 요리하는 모습이 비춰지기 시작하더니 본격적인 쿡방열풍이 시작되었다.
'먹방'에서 진화한 '쿡방'은 예전의 단순한 '요리 프로그램'이 아니다. 요리법을 배우고 싶어하는 주부 대상이 아니라 더 넓은 층을 포섭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예능의 색깔이 첨가된 것이다.
'집밥백선생', '오늘뭐먹지?'에서 연예인이 등장해 요리를 하고, '올리브쇼', '냉장고를 부탁해',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쉐프가 나와 요리를 하며 오락이 됐다. 쇼 형태의 요리프로그램을 연예인만큼 잘 소화해내는 셰프의 등장으로 '셰프테이너'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 왜 지금 바람이 불까?
일본 영화 '심야식당'의 한 장면. (사진='심야식당'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음식콘텐츠는 왜 지금 인기일까? 과거엔 먹방, 쿡방이 없었을까?
거슬러 올라가보면 우리나라 요리 프로그램은 1981년 방영된 '오늘의 요리'가 시작이었다. '오늘의 요리'는 교양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챔기름~'하던 이정섭 씨도 요리를 했고, '이홍렬쇼의 참참참' 코너도 생겨났다. 어찌보면 요즘 쿡방의 원조라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그때의 참참참이 구색맞추기에 그친 정도라면, 지금의 요리프로그램은 메인 중 메인이고,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지금의 요리프로그램은 예능의 포맷을 적용해 재미와 정보제공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고 있을 뿐 아니라, 발달된 촬영 기술로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자극해 식욕을 불러일으킨다.
프랑스언론에서는 '먹방을 보는 현상'을 원초적 욕구 중 하나인 식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관음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측면에서 봤을 때, 음식은 욕망의 대상이다. 먹방 시청을 통해 욕망에 접근하고 어느 정도 충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의 '욕망 자극하기'에 성공한 방송들은 직접적인 경험과 먹는 행위, 참여를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식욕이 존재하는 한 음식관련 콘텐츠의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는 해석을 덧붙일 수 있다.
여기에 1인가구가 급증하는 사회적 상황이 추가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심화되는 인간관계 단절로 인한 개인의 외로움 확산, 때문에 느끼게 되는 결핍이 원인으로 꼽힌다.
먹방을 켜놓고 밥을 먹으면 함께 식사하는 느낌이 든다. 현실의 대면 소통보다는 모니터라는 가상 공간 소통에 더 익숙한 세대와 절묘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다소 논쟁의 소지는 있지만 또 다른 요인으로, 다이어트를 하느라 음식을 못 먹는 사람들이 방송을 통해 대리만족을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한민국은 다이어트 공화국이다.{RELNEWS:right}
◇ 먹방의 미래는?
'음식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은 사라지지 않는다. 변화하고 진화할 뿐이다'라는 말이 있듯 앞으로도 더욱 새로운 콘텐츠가 우리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새로 시작한 쿡방 '주문을 걸어'와 '더 맛있는 원샷'은 '시청자 참여형'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푸드포르노에 매혹되어 있는 소비자를 참여시키는 것, 새로운 쿡방의 포맷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어디 이것 뿐이겠는가. 먹방은 더 기발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진화할 것이 분명하다. 현재 먹방의 역사와 인기가 그것을 충분히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