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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션 임파서블5' 톰 아저씨보다 미션 걸

    [노컷 리뷰] 극 흐름 주도하는 능동적 여성상 눈길…"권력보다 사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이하 미션 임파서블5)의 상영이 시작되고 얼마 뒤, 주인공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의문의 조직에 납치돼 갇혀 있다.

    곧 이어 철문을 열고 한 여인이 들어선다. 잠시 에단 헌트를 바라보던 그녀가 발걸음을 옮기더니, 불쑥 굽 높은 하이힐을 벗어 탁자 위에 올려둔다. 영화를 다 본 뒤 되짚어 보니 "난 에단 헌트에 뒤지지 않는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로서 이 영화에서 큰 몫을 할 거야"라는 선언처럼 다가왔던 장면이다.

    미스터리한 매력을 뽐내는 그녀의 이름은 일사(레베카 퍼거슨). 영화 초반 위기에 처한 에단 헌트를 구해내며 강렬한 첫 등장을 알리지만, 비밀 테러 조직 신디케이트와 모종의 관계로 얽힌 그녀는 가장 비밀스러운 인물로 극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새로운 '미션걸' 일사 역을 맡은 배우 레베카 퍼거슨은 스웨덴 출신으로,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 특유의 강인하면서도 깊이를 지닌 마스크를 내세워 관객들에게 어필한다. 미션 임파서블5의 연출을 맡은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 역시 레베카 퍼거슨을 첫 눈에 보고 캐스팅을 결정했다고 한다.

    1983년생인 레베카 퍼거슨은 영국 BBC 드라마 '화이트 퀸'에 출연해 글든글로브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실력파 신예다. 이번 영화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는 톰 크루즈보다, 사연을 지닌 팜므파탈로 분한 그녀에게 더욱 감정 이입이 되는 것은 매력적인 마스크와 검증된 연기력 덕이 크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5' 스틸(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극중 일사는 에단 헌트와 부딪히는 동안 협력과 배반의 극단적인 관계를 오가며 묘한 기류를 형성한다. 그것은 남녀간의 로맨스라기보다는, 서로의 아픔에 공감한 데서 점차 고개를 드는 인간애에 가까워 보인다.

    일사 캐릭터가 다소 수동적인 여성상에 머물던 기존 미션걸들과 차별화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일사도, 에단 헌트도 각자의 처지에서 주어진 임무를 완수해야 할 이유를 지니고 있기에,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에 종속되는 것이 최대한 지연되는 셈이다.

    다만 극의 긴장이 이완된 상태에서 두 사람이 마주쳤을 때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1858~1924)의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아리아 '네순도르마'(아무도 잠들지 말라)의 변주곡은 이 둘이 끈끈한 감정적 유대로 묶여 있다는 인상을 끊임없이 준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첩모물이라는 점에서 미션 임파서블5의 일사 캐릭터 역시 섹스어필 면에서는 기존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모습이다.

    극중 오페라 투란도트가 상연되는 극장 안 무대 뒤편에서 왼쪽 다리를 높이 들어올려 총 든 왼쪽 손과 팔꿈치를 받치는 장면은 프로이트 식의 성적 은유를 떠올리게 만든다. 극장을 탈출하면서 에단 헌트에게 "구두를 벗겨 달라"고 주문하는 모습은 패티시즘(특정 사물이나 신체 부위에 성적인 자극을 받는 도착증)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톰 크루즈가 실제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리는 등 미션 임파서블5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액션을 선보인다. 영화가 시작되고 귀에 익숙한 음악이 흐르며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화면과 초반 레코드 가게에서 명반을 논하는 장면 등은, 고전이 된 미션 임파서블의 TV 시리즈물에 대한 향수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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