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동생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이 31일 오후 서울 성북동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집에서 선친 고 신진수 씨의 제사를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1일 롯데그룹 경영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창업주이자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해 "상법상 원칙을 벗어난 의사결정까지 인정될 수 없다"며 공식적으로 맞섰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아버지의 뜻'을 들어 롯데그룹 경영권 회복에 나서자 '절차'를 들어 현 체제 지키기에 들어간 것이다.
◇ 판단력 이상설 휩싸였던 신격호...또렷하게 "신동빈 그만두게 했다"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이날 언론을 통해 공개한 육성 녹음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아키오(신동빈 회장)도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장남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차남 신 회장을 일본롯데 이사직에서 해임한 것이 자신의 뜻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신동빈 회장이 자신의 조치를 뒤엎으면서 대표이사 자격도 박탈한 소식을 전해 듣고는 "신동빈이? 그래도 가만히 있을거냐"며 불쾌함을 그대로 나타내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에 대해 그동안 판단력 이상설이 제기되는 등 정확한 의중이 무엇인지가 관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날 공개된 녹취는 신 전 부회장이 알려진 것처럼 수세에 몰려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신 총괄회장의 부친 제사를 위해서라지만 신 회장을 제외한 일가가 모두 모였다는 점, 신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이 신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신동빈 대 나머지 롯데일가'의 구도가 명확해진다.
◇ 신선호 사장 "신 회장은 동빈에게 경영권 탈취당한 것으로 생각"신 사장은 이날 제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격호 회장은 오래전부터 신동주를 롯데 후계자로 생각해왔다"면서 "신격호 회장은 동빈에게 경영권을 탈취 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