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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갈량의 동남풍은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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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갈량의 동남풍은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병호야, 이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왼쪽)이 5일 KIA와 홈 경기에서 승리한 뒤 이날 결승 홈런을 때려낸 박병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목동=넥센 히어로즈)

     

    "이제 조금씩 승운이 따르고 있습니다."

    '염갈량'의 동남풍이 불기 시작한 것일까.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넥센이 실력과 함께 실력 외적인 요소까지 더해지며 상위권 경쟁에 힘을 받고 있다.

    넥센은 5일 목동에서 열린 KIA와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서 3-2 짜릿한 역전승을 맛봤다. 6연승 중이던 상승세의 KIA에 2연승을 거뒀다.

    지난주 5연승 뒤 당한 2연패의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54승42패1무로 두산(53승42패)을 4위로 밀어내고 3위로 뛰어올랐다. 2위 NC(53승41패2무)와 승차는 없다.

    최근 10경기 7승3패의 상승세다. '여름 사자' 삼성의 8승2패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최근 4연승으로 살아난 NC(5승5패), 주춤한 두산(4승6패)에 비해 탄력을 받았다. 지난달에도 넥센은 삼성(14승7패)에 이어 월간 승률 2위(12승8패)였다.

    ▲"90경기까지도 동남풍은 불지 않았다"

    사실 넥센은 최근까지도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자체 분석이었다. 염 감독은 5일 경기를 앞두고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승운이라는 게 한번씩은 오게 돼 있다"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올해 우리는 90경기 정도를 치를 때까지 승운이 단 한번도 따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달 초에도 염 감독이 했던 말이었다. 당시 염 감독은 "선두권으로 가기 위해서는 실력 외의 운이 와야 하는데 넥센의 전반기에는 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경기 중 발생하는 행운이 따르는 상황들이다. 안타가 되는 빗맞은 타구나 상대 실책 등에 편승하는 분위기 반전이다. 염 감독의 분석으로 넥센은 이런 행운에 당했으면 당했지, 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지난 주말 NC와 창원 원정이다. 선발 원투 펀치가 등판한 1, 2일 경기는 염 감독의 계산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했다. 그러나 1일 넥센과 선발 피어밴드에게 승운이 오지 않았다.

    '미안해, 이젠 실수 안 할게' NC 지석훈이 2일 넥센과 홈 경기에서 8회 결정적인 실책을 범한 뒤 구원 투수 김진성에게 공을 던지는 모습. 지석훈은 그러나 김민성의 2루타성 타구를 잡아내면서 만회했다.(자료사진=NC 다이노스)

     

    1-1로 맞선 3회말 1사 만루에서 피어밴드는 까다로운 타자 나성범을 병살타성 땅볼로 유도했지만 파울로 선언됐다. 타구가 땅을 한번 튀기고 홈플레이트를 맞은 것. 포수 박동원이 홈을 밟고 1루로 송구해 병살 플레이를 펼쳤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강력하게 어필했다가 다소 김이 샌 피어밴드는 이후 테임즈에게 사구, 이호준에게 폭투를 던져 2점을 헌납했다. 조금만 운이 따랐다면 이닝이 끝날 상황이 2실점으로 변했고, 3-4 패배를 안았다.

    에이스 밴 해켄이 나선 2일도 마찬가지다. 1-5로 끌려가던 넥센은 8회 승운이 따르는 듯했다. 옛 동료던 NC 3루수 지석훈의 '알까기' 실책 속에 2점을 냈다. 이어진 1사 2, 3루. 안타 1개면 동점이 될 분위기로 흘렀다. 그러나 동남풍은 끝까지 불어오지 않았다. 김민성의 잘 맞은 타구를 지석훈이 이번에는 직선타로 처리, 2타점 적시타성 타구를 앗아갔다. 염 감독은 "흐름이 차츰 우리 쪽으로 왔고, 안타 1개면 완전히 넘어올 상황이었는데 거기까지였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불면과 기도의 밤에 감천한 걸까

    이후 염 감독은 불면의 밤을 보냈다. 워낙 경기에 진 뒤 잠을 못 이루는 염 감독이지만 특히 그 2연패가 뼈아팠고, 다음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이겨야 할 2경기를 다 놓치니까 2일은 물론 3일까지 잠이 잘 안 오더라"면서 "우리는 1, 2선발 다음 3~5선발이 약해 5연패까지도 각오했다"고 털어놨다. 연패에 대한 걱정과 다음 경기들에 대한 구상에 날이 새는 줄 몰랐다.

    그런 불면의 밤들이 보답을 받은 것일까. 4일 넥센에게 드디어 동남풍이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넥센은 평균자책점(ERA) 1위를 달리던 KIA 에이스 양현종을 상대로 5회까지 홈런 4방 포함, 8점을 뽑아내며 11-6 낙승을 거뒀다.

    타선이 폭발했지만 운이 따랐다는 자평이다. 염 감독은 "3회 박병호의 2루타도 빗맞은 타구였는데 결과적으로 선발 송신영이 편하게 던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선두 타자로 나온 박병호의 타구는 떴지만 깊숙하게 수비하던 중견수 김호령이 달려오면서 잡으려다 놓치면서 2루타로 둔갑했다. 박병호는 비디오 판독 끝에 3루 도루까지 성공, 윤석민의 중견수 뜬공 때 홈까지 밟아 6-1로 달아나는 쐐기점을 올렸다.

    '아싸, 주장 체면 세웠다' 넥센 이택근이 5일 KIA와 홈 경기 9회 1사에서 상대 윤완주의 2루타성 타구를 전력질주해 잡아낸 뒤 자신도 놀란 듯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목동=넥센)

     

    5일도 승운이 따랐다. 역시 옛 동료던 김병현의 예상치 못한 호투로 7회까지 1-2로 끌려가던 넥센은 8회 경기를 뒤집었다. 스나이더의 동점, 박병호의 역전 솔로포가 터졌다. KIA는 최근 필승조로 맹위를 떨치던 에반을 6일 광주 케이티전 선발 등판을 전격 결정하면서 불펜에 없었던 상황. 만약 최영필이 아닌 에반이 나왔다면 역전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들이 넥센 쪽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경기 후 염 감독은 "9회초 이택근의 중견수 수비도 물론 선수가 잘했지만 운이 따르려다 보니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택근은 3-2로 불안하게 앞선 9회 1사에서 상대 윤완주의 2루타성 타구를 전력질주해 잡아냈다. 만약 놓치거나 빠졌다면 1사 2루 또는 3루 동점 위기를 맞을 수 있었다. 이택근은 때마침 이날 타격이 부진했던 서건창을 대신해 8회 대타로 투입돼 9회는 유한준이 맡았던 중견수로 들어갔다.

    ▲"2위 싸움, 두산이 가장 유리하다"

    하지만 여전히 넥센은 불안하다. 지난 2년처럼 여전히 선발진이 약하기 때문이다. 동남풍은 불기 시작했다지만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염 감독은 "우리는 3~5선발이 심하게 말하면 허당"이라면서 "1, 2선발이 나오는 경기는 무조건 이기고 나머지 3경기에서 어떻게 해서든 필승조를 넣어 1승을 건져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필승조 한현희를 올해 선발로 전환하는 모험을 시도했으나 불펜이 헐거워져 원상복귀했다.

    베테랑 송신영이 4일 6⅔이닝 2실점으로 7승째(2패)를 따냈지만 3선발로 보기는 어렵다. 염 감독은 "나는 물론 본인도 선발 보직에 반신반의했지만 일단 성공했다"면서 "그러나 송신영은 이길 만한 팀에 내보내는 이른바 표적 등판"이라고 말했다. 젊은 타자들이 많아 유인구에 약하거나 최근 타선이 약해진 팀을 상대로 골라서 등판시킨다는 것이다.

    '우리가 잘 할게요, 감독님' 넥센의 3~5선발을 책임지고 있는 베테랑 송신영(오른쪽)과 문성현. 이들은 4, 5일 KIA와 홈 경기에서 선발 투수의 역할을 해줬다.(자료사진=넥센)

     

    여전히 3~5선발 고민은 남는다. 염 감독은 "가을야구를 위해서도 신예 김택형이 3선발로 잘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나마 문성현이 5일 5이닝 2실점을 해준 게 위안이다. 염 감독은 "그래도 문성현이 오늘 제몫은 해줬다"고 평가했다.

    염 감독에게 2위 싸움에서 가장 유리한 팀은 두산이다. 염 감독은 "유희관, 장원준에 니퍼트, 스와잭도 있고 노경은도 돌아온다더라"면서 "선발진이 가장 안정돼 있다"고 부러워했다. 이어 "NC도 선발진이 강하다"면서 "그렇다고 두 팀 타선이 약한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염 감독은 "우리가 장타력만 조금 앞설 뿐 두 팀은 기동력까지 갖췄다"면서 "일단은 지금 2위 경쟁만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20경기가 관건"이라면서 "그때까지 버텨낸다면 25경기 정도를 남기고 승부를 걸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갈량의 동남풍은 그때까지 불어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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