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숨진 임 모 과장의 부인 A씨에게 "119에 신고하라"고 직접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A씨가 이 지시에 따라 경찰이 아닌 소방에 신고하면서 실종수사 권한을 가진 경찰은 현장에서 배제됐고 임 과장 죽음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졌다.
◇국정원 3차장, "부인에게 119신고 지시, 국정원이 했다" 진술7일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원 3차장은 지난달 27일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신이 직접 부하직원에게 "임 과장 부인이 119신고를 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정원 관계자는 18일 오전 9시쯤 임 과장 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원 3차장은 국정원 임 모 과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달 18일 오전 8시 40분쯤 사무실로 출근했다.
3차장은 정보위 회의에서 "출근을 했는데 국장이 '임 과장이 새벽에 나갔다는데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그래서 위치추적장치(MDM)를 작동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위치추적 결과 '용인의 저수지 근처'에서 임 과장의 휴대전화가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았고, 바로 "'용인의 옆부서 직원'을 보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가까운 거리에 있던 국정원 직원이 현장을 파악하기 위해 발빠르게 나선 것이다. 위치추적 등 수단을 통해 현장을 경찰이나 소방서보다 빨리 파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은 '용인의 옆부서 직원'이 감찰 담당 직원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왜 112가 아니라 119에 신고하도록 했느냐"고 계속해서 물었지만, 대답을 정확히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왜 119에 집착?...경찰 배제된 부분 주목사건 당일 오전 10시 4분 임 과장 부인은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재난종합지휘센터에 처음으로 신고전화를 건다. 매뉴얼대로 소방대원이 112신고를 권유하자 임 과장 부인은 112에도 위치추적 신고를 했다.
하지만 임 과장 부인은 오전 10시 32분쯤 112신고를 취소한다.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남편을 찾아봐야 하는 상황임에서 "내가 먼저 남편이 갈만한 데를 찾아보려고 한다"며 신고를 취소한 것이다. 이후 재차 "신고가 취소되지 않은 것 같다"며 확인 전화를 걸기도 했다.
그는 오전 11시 51분쯤 다시 112에 실종신고를 하지만, 그로부터 4분 뒤 소방관에 의해 빨간 마티즈 안에서 임 과장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경찰은 소방관이 사건현장을 발견한 뒤 30분쯤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결국 실종신고부터 시신이 발견될 때까지 전 과정에서 경찰은 배제된 셈이다.
때문에 처음부터 실종수사 권한이 있는 경찰이 아닌 소방에 신고하도록 하고 이후 경찰신고만 취소했다가 재신고하기를 반복한 것은, 경찰의 개입을 막고 현장을 차단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