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벌총수 사면 관행에 대한 비판이 외국 신문에서 나왔다.
지한파 미국 언론인으로 유명한 도널드 커크 기자는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한국의 재벌총수는 횡령 등으로 기소되거나 형을 선고받아도 집행유예를 받거나 감형, 사면의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에서 "뇌물수수와 특혜 보장은 고질적인 문화"라면서 "정부와 재벌의 관계가 매우 가깝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복역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년의 형기를 다 채울 것 같지 않다면서 한국 언론은 오는 14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 회장과 다른 재벌 총수를 사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커크 기자는 그러나 재벌 총수가 이런 식의 사면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과거 김영삼·이명박 정부 시절에 두 번이나 사면됐고,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이명박 대통령 재임 때 사면된 바 있다고 전했다.
또 최근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언급하며 한때 한국 경제의 기적을 주도했던 재벌이 이제는 "경제의 활력을 해치는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벌그룹의 3세대와 4세대가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내분이 최근에 극심한 양상을 띠고 있다면서 한국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롯데그룹의 형제간 다툼을 계기로 재벌에 더 많은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재벌 일가가 순환출자를 통해 소수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면서 "누가 어떤 기업의 지분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룹 내에서 자금의 이동이 재벌 일가의 입김에 의해 좌우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권리나 경영성과가 무시되는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벌 기업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것도 위협 요인이라고 커크 기자는 밝혔다.
그는 한국 경제에서 20%의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을 예로 들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지만 50개 이상의 기업이 삼성에 속해 있으며 이 그룹에 제품과 서비스를 납품하는 수천 개의 기업을 고려하면 그 영향력은 더 커진다는 것이다.
결국, 재벌그룹에 대한 중소기업의 높은 의존도는 "재벌 일가가 소수 지분으로도 한국 산업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고 커크 기자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