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료사진 (박종민 기자)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관련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사항들이 롯데그룹이 정부 등에 제출한 대외비 문건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두 형제의 다툼에서 '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던 신격호 총괄회장이 왜 지금까지 아무런 언급이 없었는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일본 롯데의 지분구조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이 공식적으로 밝혀졌다.
◇ "신격호 만 94세 고령 … 기억력 떨어진 상태"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13일 롯데그룹이 정부와 국회 등에 보낸 '롯데그룹 상황 설명자료'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만 94세의 고령으로 인해 기억력, 판단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여러 차례 신 총괄회장의 건강과 관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관계자들이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익명의 관계자로부터 '치매설(說)' 등 만 흘러 나온 바 있다.
이와 같은 여지 때문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만 무성했는데 이에 대한 첫 공식 답변을 그룹 차원에서 내놓은 셈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고령인 까닭에 판단력 등에 문제가 있는 것일 뿐 다른 치료 등을 병행하고 있진 않고, 현재 주치의가 계속 신 총괄회장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 "L투자회사는 페이퍼 컴퍼니 아냐"
출처= 롯데그룹 상황 설명 자료 캡처 (2014. 12. 31 기준)
두 형제의 경영권 분쟁에 있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이뤄졌느냐는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였다.
그러나 한국 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나 홀딩스의 대주주인 광윤사 등이 일본 기업인데다 비상장 기업이라 이에 대한 정확한 지분 구조를 파악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처음으로 롯데그룹 측이 일본 계열사까지 포함한 '한·일 롯데 주요 계열사의 관계도'를 공개했다.
이 관계도에는 우리가 알 수 없었던 광윤사, 일본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등 일본 롯데가 호텔롯데를 통해 한국 롯데 계열사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 구조가 표시돼 있다.
먼저 가장 베일에 싸여 있었던 L투자회사는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라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사업부분을 별도 회사로 분할하는 과정에서 남은 존속회사라는 것이 드러났다.
숫자로 이뤄진 11개 L투자회사가 원래 일본 롯데상사 등 각 계열사 이름으로 돼 있었는데 2007년에 각 계열사에서 사업부문을 분리하며 남은 회사라는 설명이다.
관계도를 보면, 일본 롯데홀딩스가 L투자회사들 지분을 100% 갖고 있다.
한 L 투자회사가 신 총괄회장 집으로 드러나면서 L투자회사가 신 총괄회장 개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관계도에 따르면 L투자회사는 신 총괄회장 개인이 아니라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롯데홀딩스를 장악한 신 회장이 L투자회사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 "롯데홀딩스 최대 주주 광윤사는 롯데家 가족기업"또 하나의 미스테리로 남아있던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 광윤사의 지분구조도 정확하진 않지만 윤곽을 드러냈다.
광윤사가 일본에 소재한 포장지 회사이며 신격호 총괄회장 가족 4명이 지분의 99%를 보유한 가족기업이라는 것이다.
이 가족 4명은 신 총괄회장과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으로 알려졌다.
광윤사 이외에도 주요 주주로 종업원 지주 27.8%, 임원지주 6%가 있다고 밝혔다.
◇ "유사업종 계열회사 간 M&A 통해 연말까지 순환출자 80% 해소할 것"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박종민 기자)
신 회장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투명경영을 제고하고자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도입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 대외비 문건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나와 있다.
롯데그룹 측은 재무적 부담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할 계획인데 유사 업종 계열회사 간 M&A 등을 통해 올해 연말까지 순환 출자의 70~80%를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팀(TFT)를 8월 중에 출범할 예정이다.
현재 TFT는 지배구조 관련 전문가와 그룹 내 재무팀 등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조만간 확정 짓고 중간 과정도 국민들에게 알릴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룹 측은 이에 대해 대략 7조원의 재원이 들 것으로 전망했다.
◇ "호텔롯데 상장한다면 시가총액 10조원 예상"
신 회장이 강조한 '투명 경영'을 위해 롯데는 주요 계열사 상장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는 상장 이후 기업가치(시가총액)가 약 1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그룹 측은 내다봤다. 이는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순위 22위에 해당한다.
호텔롯데와 비슷하게 숙박업과 면세점 사업을 하는 호텔신라와 비교해봤을 때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호텔롯데의 시가총액은 현재 4조 7천억원이다.
◇ "그룹 창업자 친족이란 이유로 그룹 분할은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