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13일 한국방송공사(KBS) 이사 11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방문진 이사 9명 및 감사 1명을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명단에는 언론·시민 단체가 극우 성향, 정권 편향 성향의 인물이라 적합하지 않다고 우려했던 인물들이 그대로 들어갔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권력에 굴종한 방통위는 스스로 해체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방통위를 비판했다.
다음은 언론노조가 발표한 성명 전문.
KBS 이사회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진를 선임하기 위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인선이 오늘 종료됐다. 3번의 인선 회의 연기라는 진통을 겪었으나 결과가 바뀐 건 없었다. 우려했던 대로 그대로였다. 방송 프로그램과 뉴스 보도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발언을 한 이인호 현 KBS 이사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극우 성향 사이트 ‘일베’의 부적절한 글을 퍼나른 차기환 현 방문진 이사는 자리를 바꿔 KBS 이사가 됐고, 김광동 현 이사는 방문진에서만 3연임을 하게 됐다. 세월호 유족을 ‘떼쓰는 사람들’에 비유한 공안 검사 출신 고영주 현 방문진 감사도 살아남았고, ‘친박’ 김원배 이사 또한 방문진 연임에 성공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공영방송의 이사는 공익 실현에 적합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무시하고 극우 성향의 인사, 정권 편향적인 인사들의 이사 선임을 밀어붙였다. 평생을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판결을 해왔다는 판사 출신의 최성준 위원장 스스로 법과 원칙을 내팽개친 것이다. 법으로 엄격하게 규정된 독립 기구의 장이 스스로 방통위의 독립성을 어기고 정권 하수인을 자처했다. 권력에 굴종했다. 앞으로 법과 원칙을 상실한 최성준 위원장은 판사 출신이라는 이력 자체를 지워야 할 것이다.
오늘로 방통위의 합의제 원칙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갈가리 찢겨져 넝마만 남게 되었다. 소수 방통위원들의 타당한 문제 제기와 합리적 의사 결정 요구는 철저히 짓밟혔다. 오로지 정권의 탐욕을 위해 다수 위원들이 똘똘 뭉쳐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오늘 이후로 우리는 더 이상 방통위에 기대할 것이 없다. 형식적인 의사 결정 과정은 집어치워라. 껍데기만 남은 방송통신위원회를 치우고 그 자리에 방송통신부를 세워라.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척하는 거짓부리를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