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뉴스, 그러나 거기서 한 걸음 더! CBS <박재홍의 뉴스쇼=""> '변상욱의 기자수첩'에서 사회 현상들의 이면과 서로 얽힌 매듭을 변상욱 대기자가 풀어낸다. [편집자 주]박재홍의>
일본 최대의 광고∙PR회사인 덴츠(株式会社電通)가 최근 30살 미만의 젊은 직장인 3000명을 상대로 지금의 직장에서 평생 일하고자 하는가 물었다. 지난 16일 조선비즈 기사에 따르면, 이 조사 결과 응답자 가운데 '평생 한 직장에서 근무하길 원한다'고 답한 사람은 불과 17.3%에 그쳤다. 종신고용은 일본기업의 상징이었는데 기업들이 종신고용을 포기하더니 이제는 직장인 스스로가 평생고용 자체를 피하는 현상까지 일고 있는 것.
이런 심리의 변화는 첫째 대기업도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일본 젊은 층에 깔려 있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그래서 개인의 역량을 키워 독자생존 준비를 해둬야지 무조건 충성만 할 건 아니라는 일본 젊은이들의 의식에서 비롯된다고 하겠다.
더 흥미로운 건 응답자의 28.7%가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될 능력이 있다면 직장에 나가 일을 할 게 뭐 있냐'고 대답했다는 사실. 직장생활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물었더니 70%가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25.4% 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다들 회사에서 일찍 나가라 할까봐 걱정한다. 모바일 설문조사 업체인 오픈서베이가 성인 1600 여명을 대상으로 '조기 퇴직과 노후 대비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30대 직장인의 45%는 '회사가 조기퇴직 시킬까봐 걱정'이라고 대답. 40대 이상은 63%, 50대는 77%가 '일찍 나가랄까봐 걱정'하며 직장에 더 붙어 있기를 소망했다. 이런 배경에서 승진시험은 점점 치열해지고 직장인들도 스펙쌓기에 열심인 게 우리의 현실이다.
변상욱 대기자
◇한국 청년들 일본 청년보다 진취적이고 치열해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북경 상해 서울 20대의 가치관 비교'라는 보고서에서 '미래는 희망적'인가, '도전과 기회로 가득 찬 삶을 원하는가', '세계화에 따른 사람과 자본의 이동은 기회라 생각하는가' 등의 질문에 중국 청년들이 훨씬 더 긍정적인 답을 했다. 지금까지 언급한 두 설문조사의 결과로 미루어 볼 때 한중일 청년들의 도전과 진취성은 중국, 한국, 일본 순서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기류는 일본 청소년 연구소의 2012년 가을 조사에서도 흥미롭게 나타난다. 한중일에 미국을 얹어 4개국 고등학생 6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이다.
당신은 위대해 지고 싶으냐는 질문에 '몹시 그러고 싶다'가 중국 37%, 한국 19%, 일본 9%. '조금 그렇다' 한국 54%, 중국 52%, 일본 37%. '별로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를 묶어 합치면 일본 54%, 한국 27%, 중국 9% 이다.
결국 '몹시든 조금이든 위대해지고 싶다'를 묶어 합치면 중국 89%, 일본은 절반에 불과한 46%, 한국은 중간인 71%이다.
일본 청소년들이 위대함의 비전을 놓아버리는 이유는 뭘까? 일본 청소년 응답자의 70%가 '위대해지면 책임이 무겁고 골치 아파진다'고 대답했다. 일본 청소년들에게서 상승과 발전에 대한 동기부여가 상당히 부족하고 위축돼 있음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1991년부터 일본경제가 거품이 꺼지면서 시작돼 지금까지의 일본의 장기 불황기를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부른다. 이 기간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어 취업했어야 하나 너무 힘들어 고생고생하다 취업과 소득에 있어 밀려나 상승의 꿈을 잃은 세대를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라고 부른다. 사회생활의 시작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로 연명한 이들이다.
그 사람들이 이제 중년으로 접어들었다. 어느 사회이건 35살에서 45살 사이가 가장 활발하게 일할 나이인데 일본은 이 연령대에 걸쳐 있는 중년·장년들이 동기부여도 안 되고 교육훈련도 잘 안 돼 생산성이 몹시 낮다. 일본으로선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지금 일본의 청년들도 그 뒤를 따라서 경제침체기를 건너고 있는 중이니 의기소침할 수밖에 없고 진취성이 떨어지는 것.
◇일본 기업이 탐내는 한국의 젊은이
이런 배경에서 일본 기업들은 우리나라 젊은 인재들을 은근 탐내는 것이 최근 흐름이다. 일본어를 못한다 해도 사내 공용어가 영어인 회사들도 있다. 일본 기업은 이과 문과를 심하게 차별하지도 않는다. 더구나 '아베노믹스'로 청년 고용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아베노믹스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다시 한 번 일본의 전성기를 회복하려는 데 젊은 인재가 부족하다는 건 상당한 부담이 된다.
2014년 한국에서 열린 글로벌 취업박람회에 참가한 일본 기업은 97개, 2013년에는 22개에 불과했다. 그리고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스미토모상사나 IHI와 같은 중대형기업들도 대거 참여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영어실력이나 글로벌 취업에 대한 열정은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일본문화에 그리 부담을 갖지 않고 이미 익숙해져 있다. 한자문화권에 속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더구나 한국 젊은이들은 IT에 능하다.
'중동에 나가보니…' 라는 어설픈 대통령의 한 마디가 아니라 세계와 아시아의 경기 흐름과 트렌드를 면밀히 살펴 짜임새 있는 인력 진출이 이뤄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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