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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립습니다…삶의 지혜 전해 준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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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그립습니다…삶의 지혜 전해 준 '나의 어머니'

    [노컷 리뷰] 난니 모레티 감독 작품…영화 매체가 건네는 커다란 축복

     

    불이 꺼진 극장 안에서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따뜻한 시선을 지닌 영화를 본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이탈리아의 거장 난니 모레티 감독의 신작 '나의 어머니'는 그러한 값진 경험을 선사한다.

    영화는 중년의 여류감독 마르게리타와 죽음을 앞둔 그녀의 어머니 아다, 한창 인생을 꽃피우고 있는 딸 리비아의 모습을 통해 인간 관계를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대물림되는 삶의 지혜를 일러 준다.

    마르게리타는 지금까지 자기 일에 충실해 왔다고 자부한다. 지난 시절 가족을 비롯해 헤어진 연인·남편과의 소원했던 관계조차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의 방식'에 따른 결과라며 겸허히 받아들이는 그녀다. 그렇게 마르게리타는 영화로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려 애쓰면서 감독으로서 명성을 쌓아 왔다.

    그래서일까, 촬영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마르게리타의 삶은 외롭다. 극 중간 중간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마르게리타의 꿈과 회상신은 그녀가 지닌 저변의 외로움과 불안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그런 그녀에게도 서서히 변화의 기운이 찾아온다. 그 계기가 죽음을 앞둔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찾아왔다는 사실은 관객들의 감정 이입을 배가시킨다.

    카메라는 경영 악화로 문을 닫아야 하는 공장의 경영자·노동자간 대립을 다룬 영화를 찍는 일터의 마르게리타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어머니를 돌보면서 아직 어린 딸을 걱정하는 일상의 마르게리타를 번갈아가며 비춘다.

    이를 통해 일과 삶을 별개로 여기던 그녀의 심경에 변화가 일고 있음을 드러낸다.

    영화 '나의 어머니' 스틸(사진=㈜티캐스트 제공)

     

    마르게리타가 엄마의 집에 홀로 묵게 되면서 겪는 일들은 그녀가 엄마의 삶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리라.

    전기회사 직원이 방문해 "영수증을 보여 달라"는 말에 그녀는 "엄마가 어디에 뒀을까"라고 되뇌며 이곳저곳 서랍을 뒤지다가 급기야 울음을 떠뜨린다. 어느 날인가는 서랍에서 혼자 사는 엄마가 배달시켜 먹은 것으로 보이는 다양한 음식점 홍보물을 보고는 딸 리비아와 함께 미소 짓는다.

    그 와중에 그녀의 일터는 난장판이 돼 간다. 공장 경영자 역을 맡은, 허세 가득한데다 이탈리아어가 서툰 외국 배우 래리가 그 중심에 있다. 마그레리타의 눈에는 통제불능인 래리의 언행이 감독인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비쳐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둘의 갈등은 임계점을 넘어 결국 폭발하고 만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일의 방식일 뿐"이라며 자신의 독선적인 '사는 방식'을 합리화해 온 마르게리타가 타인의 사정, 자신이 영화로 말하고 싶던 소통과 연대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발판이 된다. 이 역시 어머니의 죽음을 예감한 상황에서 오는 감정의 변화에 기인한다. 그렇게 마르게리타의 일터와 삶터는 경계를 허물고 긴밀한 관계의 여정을 시작한다.

    영화는 마르게리타의 일상을 통해 슬픈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그 슬픔은 극 중반 이후 언제 터져나올지 모르는 상태로 유지되는데, 그 덕에 감정 이입 된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 속 일화를 현실에 대입하는 긍정의 긴장감을 맛보게 된다.

    영화 '나의 어머니' 스틸(사진=㈜티캐스트 제공)

     

    하루는 엄마 집의 책장을 빼곡히 채운 책들을 하나 하나 손끝으로 느껴본 마르게리타가 "엄마의 그 오랜 시간과 노력은 어디로 갈까"라고 물으며 눈물 짓는다. 그 답은 극 말미 찾아온 엄마 제자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다. "제 말을 경청해 주시고, 질문을 해 주시면서 제가 중요한 사람인 것처럼 대해 주셨죠."

    이탈리아 작가주의 영화의 오늘을 대표하는 난니 모레티 감독은 '아들의 방'(2001)으로 제54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앞서 '나의 즐거운 일기'(1994)로 제47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거장이다.

    영화 나의 어머니는 난니 모레티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그의 어머니는 영화 속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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