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남북 고위급 접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가운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 황병서 북한 군총정치국장(왼쪽)과 김양건 노동당비서(왼쪽 두 번째)이 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북한의 지뢰도발로 촉발된 군사적 위기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접촉이 밤샘 마라톤협상 끝에 정회했다.
지난 22일 오후 6시30분쯤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시작된 협상은 자정을 훌쩍 넘겨 23일 오전 4시15분까지 10시간 가까이 이뤄졌다.
양측은 쌍방 입장을 검토한 뒤 이날 오후 3시 접촉을 재개할 예정이다.
일단 지금까지 진행 추이를 보면 남북 모두 상당한 대화 의지를 가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협상이 장기화되는 것은 양측의 입장 차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낙관도 비관도 어려운 상황이다.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는 식의 책임전가용 명분 쌓기로 이용할 여지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고위급 접촉의 전후 배경을 살펴보면 조심스럽게나마 기대를 걸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이번 접촉은 북측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포격도발 당일인 지난 20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에게 서한을 보낸 것이 단초가 됐다.
김 비서는 서한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면서도 사태 수습과 관계 개선 의사를 밝혔다.
이후 양측은 역제의와 수정제의를 거쳐 북측의 최후통첩 시점을 2시간여 앞두고 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어느 때보다 상황이 엄중하고 어떻게든 출구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양측이 모두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양측 수석대표 격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지난해 10월 아시안게임 폐막식 때도 만났던 구면이란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김 실장은 당시 북한 군부 실력자인 황 국장과 손을 잡는 친숙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두 인물의 군내 위상 등을 감안하면 서로 한 발씩 물러서며 사태를 진정국면으로 돌려놓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홍용표 장관과 김양건 비서까지 협상에 포함된 것으로 미뤄 5.24 조치 등을 포함한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일괄타결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이번 접촉에서 쌍방은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 남북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남북은 과거에도 마라톤 협상 끝에 ‘옥동자’를 순산한 경험이 적지 않다.
지난 2004년 6월 개성에서 열린 제3차 남북 장성급 회담의 1차 실무회담은 ‘무박 3일’ 협상을 벌여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선전활동 중단에 합의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성사된 고위급 접촉이 전화위복의 계기도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