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역대 최장기 파업을 이어 가면서 직장폐쇄 지경까지 이르렀으나 광주에는 언제부터인가 노사가 믿고 기댈만한 중재자 역할을 할 정치 지도자도, 원로도 없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노조의 역대 최장기간 전면파업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로 회사의 존립이 위협 받고 있어 생존을 위한 방어적 조치로 직장폐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 8월 11일부터 9월 7일까지 26일째 파업으로 1천억 원대에 육박하는 매출손실을 입었다.
또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급여 손실액이 1인당 평균 300만원을 넘어서는 등 파업으로 회사와 직원, 협력업체를 비롯해 지역경제 모두의 피해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노사가 이처럼 성과급 지급과 임금피크제를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노조의 전면파업에 맞서 사측은 직장폐쇄라는 강 대 강 카드로 “같이 죽자”는 식으로 맞붙는 사이 지역사회에서는 윤장현 광주시장이 몇 차례 노사를 찾았을 뿐이다.
만약 광주에 지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희망과 용기를 주는 원로가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온갖 행사에 얼굴마담 하듯 지역 원로를 자처 하며 명함을 내밀던 그 많던 저명인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또 금호타이어의 전면파업으로 지역경제가 파탄 나고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마저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금호타이어의 장기파업이 노조의 독자적 판단인지 의문이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금호타이어 노조가 지금이라도 독자성을 회복하고 독자적인 판단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해서 노와 사가 손을 잡고 어려운 국면을 헤쳐 나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텃밭이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그 많던 정치인들은 왜 침묵으로만 일관하고 있을까. 파업 사업장이 있는 해당지역 국회의원이나 광주전남지역의 그 많은 국회의원들도 강 건너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국회의원 총선이 불과 8개월도 안 남은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공천권에 휘둘려 지역 현안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노사 모두 표를 갖고 있는 유권자이다 보니 누구 편을 들 수는 없어 굿만 보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이번 금호타이어의 노사 간 갈등을 보면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하나를 얻으면 또 하나를 얻고 싶어 한다. 정도를 벗어난 욕심은 탐욕이다.
금호타이어의 직장폐쇄를 보고 있노라면 쌍용차 굴뚝농성과 한진 중공업 사태 등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두 사건은 최근 한국사회 노동운동을 대표했지만 파업의 뒤 끝에는 대량 해고와 가계파탄, 죽음 등으로 대변되는 음침한 단어들이 따라 붙었다.
이제라도 금호타이어 사태를 풀기 위해 지역 정치인과 자치단체, 경제계는 물론 오늘의 금타 사태에 분노하는 원로의 한마디가 아쉽다.
광주에도 원로는 있었다. 현대사에 있어 80년대 이후 5.18을 겪으면서 홍남순 변호사, 조아라 YWCA 명예회장, 윤공희 대주교 등 이런 분들이 지난시절 광주를 대표하는 원로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분들은 이미 고인이 되었거나 세상으로부터 운둔해 있다.
그런데 요즘은 원로가 없다.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할 큰 어른을 찾아보기 힘들다. 영원히 광주사람들의 원로로 남아 지역의 큰 현안이 있을 때 갈등의 현장에서 서로를 대변하고 중재할 존경 받는 원로를 찾아 나서야 할 지경이다.
시류에만 편승하는 권력 지향적인 원로인양 하는 원로 말고 말 한마디에 지역사회에 큰 울림을 전해 줄 진정한 원로가 있어야 한다. 원로부재 현상의 광주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