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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역사교과서 개편 왜 그토록 목숨을 걸까?"

사회 일반

    [Why뉴스]"역사교과서 개편 왜 그토록 목숨을 걸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국정화는 역사를 왜곡하려는 의도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역사교과서 개편 왜 그토록 목숨을 걸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김현정 앵커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지금과 같은 과거사 논쟁이 일어날 것을 정확히 예측한 사람이 있다는 걸 들어봤나?

    ▶ 누가 그런 예측을 했나?

    안병욱 가톨릭대학 명예교수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안병욱 가톨릭대학 명예교수다. 안 교수가 2013년 1월 10일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했는데 두 가지를 예측했다.

    첫 번째는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이 키워드 될 것이고 과거사 문제도 박정희 명예회복이라는 기준에서 다룰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안 교수는 "과거사 문제도 '박정희 명예 회복'이라는 기준에서 다룰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보다 더 과거사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밀고 당기는 역사 전쟁, 투쟁이 전개될 것이다"라고 예측한 것이다.

    대선과정이 2012년 9월 당시 김재원 새누리당 대변인이 기자들과 만찬을 하면서 "박근혜후보가 정치를 하는 건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다"라고 했다가 논란이 일었다. 김재원 의원은 지금은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하고 있다.

    두 번째는 "개인적으로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박 당선인의 보수적, 수구적 형태가 드러날 것으로 본다"는 것이었다.

    안병욱 교수는 "사학법이 논란이 됐을 때 박 당선인은 문자 그대로 자신의 모든 걸 던져 사학 재단들의 입장을 관철시켰다. 사학 재단들은 기득권 세력의 대표적 표상 아닌가. 이런 박 당선인이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할까? 개인적으로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박 당선인의 보수적, 수구적 행태가 드러날 것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 아니 공약이나 이런걸로 봐서는 이렇게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 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과거사에 대해 사과의 입장도 밝히고 해서 그렇게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안병욱 교수에게 뭘 근거로 그렇게 정확하게 예측을 했느냐? 물었더니 "그렇게 예측했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기억나진 않지만 그건 그사람(박근혜 대통령)의 머리 속에는 그것 밖에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본인은 아버지에 대한 명예회복이라고 하겠지만)복수, 보복, 자기 나름대로 원한에 대한 앙갚음 그것 밖에는 없기 때문에 무슨 일이건 할 것"이라면서 "언론이나 학문, 학계, 교육 속에 있는 반유신적, 반박정희적, 혹은 반군사문화적 요소들을 뿌리뽑고 소탕하는 그것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치하는 요인의 전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미래 역사에 대한 구상이나 전망이나 그걸 기대한다는 건 힘들고 자기 아버지가 추구했던 그것을 다시 재현하는 그것이 자기 정치의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얘기해야 할 것"이라며 "그 방향에서 걸림돌이 되는 건 어떤 경우에도 용납이 안 되는 거고 그게 김무성이나 유승민이나 진영이나 유진룡 어느 경우에도 자기와 생각이 다른 경우를 용납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왜 그토록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거냐?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역사·역사교육 연구자들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박근혜 정부 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손피켓을 들고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역사학자들이나 정치권 인사들도 그게 정말 궁금하다고 말한다. 여러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크게 네 가지 정도로 그 이유를 분석한다.

    첫 번째 가장 큰 이유는 과거의 어두운 역사를 (요즘에는 '흑역사'라고 한다) 가리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친일반민족행위와 독재 부정부패 행위의 과거를 덮겠다는 것이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를 하는 이유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이라고 했는데, 역사에서 박정희의 공과 과를 다루면서 비판하는게 보기 싫으니까 교과서를 국정화해서 그런걸 손보겠다는 의도가 포함된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검인정 교과서에는 근현대사에서 친일세력, 독재세력, 부정부패 세력들을 비판하니까 그게 틀렸다고 대놓고 말은 못하겠고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면 그걸 뭉게는게 쉽기 때문에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이런 얘기를 했다. "강연을 가면 '안 의사'가 누군지를 물어본다.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를 안 의사로 부르지만 백범 김구 선생을 암살한 안두희를 안 의사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안중근을 안 의사로 보는 사람과 안두희를 안 의사로 보는 사람의 교과서가 같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많은 역사학자들이 '역사왜곡'이라는 부분에 동의한다.

    역사학자인 이이화씨는 언론인터뷰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친일·뉴라이트들이 식민지근대화론·산업화세력론을 독립운동세력 민주화운동세력에 대립시키면서 이승만 박정희 치세를 정당화 합리화하기 위한 장치"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는 모든걸 장악했는데 역사만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이런 분석을 했는데 "이른바 보수집권세력들이 모든걸 다 가졌지만 역사는 못가졌기 때문에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해서 왜곡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역사 외에는 권력도 있고 돈도 있고 모든 질서를 다 장악을 했기 때문에 역사를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왜 역사를 왜곡할려고 하느냐? 역사가 민족의 주인이니까 그렇다"면서 "역사마저 가지면 자기들이 완전 정복하는 거니까 그렇게 애를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미래세대를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서울대 국사학과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매달리는 이유는 미래유권자에 대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유 의원은 "미래세대들이 자기들이 보기에 좌편향 교과서로 배운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검인정 교과서에 나오는 근현대사를 바꾸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건 50대와 60대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했기 때문이고 취임이후 에도 꾸준히 높은 지지를 보내는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인데 이들이 교과서가 국정이었던 70년대와 80년대에 주로 학교를 다닌 계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네 번째 조금 다른 분석인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통해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지속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무슨 얘기냐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30% 안팎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는데 이들을 묶어서 앞으로도 계속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얘기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차기 대권후보자 중 이런 고정지지층을 가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전직 청와대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인 영향력을 지속하기 위해 지지층의 결집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무성 대표가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앞장서는 것도 자신에 대한 고정지지층이 없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김무성 대표를 잘아는 정치권의 한 인사는 "김 대표는 고정지지층이 없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고정지지층의 지지를 끌어내는 게 필수적이다. 그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건국절을 주장하는 이유는 뭐냐?

    이승만 전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핵심 주장이 '건국절'과 '이승만 국부론'이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보는 시각은 1948년 이전과 이휴를 단절적인 것으로 본다. 그러면 건국절 이전의 역사는 의미를 잃게 된다. 일제치하에서 독립운동이나 광복운동은 평가절하 되고 친일 반민족 행위자는 건국의 유공자가 되면서 친일의 잘못을 희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만열 교수는 "건국절 주장은 식민지근대화론과 통하는 것이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부인하는 것"이라면서 "일제 때 근대화가 되어서 이승만 박정희 때 꽃피게 되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역사학자는 "건국절 논란은 이승만 국부 만들기와 식민지근대화론의 승인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한다.

    유기홍 의원은 "해방이 중심이 되면 영화 암살에서 봤던 김구, 김원봉 이런 사람들이 정통성을 갖게 되는 거고 일제 때 친일 반민족 행위를 했던 사람들은 당연히 비판을 받게된다"면서 "그렇지만 건국이 되면 김구나 김원봉 같은 사람은 배척되고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더라도 건국에 기여하면 건국유공자가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헌법을 무시하고 위반하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해서 정당이 해산됐다. 박근혜 정부나 새누리당이 헌법정신을 무시하고 건국절을 주장한다면 정당을 해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그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 가능 할까?

    (사진=자료사진)

     

    = 교과서 제작은 물론 설사 제작되더라도 불채택 운동이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2013년 교학사 국사교과서가 논란 끝에 검정을 통과했지만 교학사 교과서 채택율은 0%대에 머무르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교과서 집필에서부터 난관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한다.

    안병욱 교수는 "국정교과서는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교과서는 집필을 해야하는 데 물리적인 시간과 집필자가 필요한데 박근혜 정부의 플랜에 맞춰서 교과서를 집필할 역사학자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교수는 "청와대 비서들이 교과서를 집필한다면 모르겠지만 이건 다른 사람을 시켜야 하는 일이고 역사학자들은 왠만한 사람들은 동원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여기에 동원되고 나면 평생을 어용교수라는 비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전직 국사편찬위원장은 "국정으로 가면 그 교과서를 쓸 만한 사람은 절대 안 쓸것이다. 후유증 때문에 뭐하러 그런 위험을 감내하려고 하겠나?"면서 "절대로 국정교과서 쓸 사람이 없다, 자격 있는 사람이 쓰려고 하지 않을 거다. 그 사람들이 왜 불명예를 뒤집어 쓰려고 하겠나. 제대로 된 학자들은 누가 쓰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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