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에 있는 드라마 '디데이' 오픈세트에서 촬영 중인 김영광과 정소민. 사진=JTBC 제공
2회까지 방송된 JTBC 재난의료드라마 '디데이'는 영화에 버금하는 장면들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2일 찾은 '디데이'(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소재) 촬영현장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엄청난 스케일의 비밀을 풀 수 있었다.
30도를 웃도는 늦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곳의 오픈세트에서는 3회분(오는 26일 방송) 보충 촬영이 한창이었다.
850평 규모의 오픈세트는 지진이 발생한 후 아수라장이 된 서울의 거리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건물의 각종 잔해가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주황색 자동차는 쓰러진 전봇대에 반파됐다. 건물 역시 심하게 기울거나 부서져 있었다. 세트 뒷쪽 상점가도 마찬가지. 철골이 앙상하게 드러난 건물에는 용광태권도, 최정형외과 같은 간판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고, 주유소와 지하철 입구는 주저앉아 지붕만 빼꼼했다.
이날 촬영에서는 지진이 나자 미래병원 재난의료팀 DMAT의 김영광(이해성)과 정소민(정똘미)이 먼지를 뚫고 나오는 상황을 연기했다. 감독의 "액션" 사인과 동시에 3~4곳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세트장은 순식간에 뿌연 연기로 뒤덮였다. "살려주세요"라고 급박하게 외치는 사람들, 비명을 지르며 무작정 내달리는 사람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김영광과 정소민도 온통 먼지로 뒤집어썼다. 이들은 까맣게 변한 얼굴로 10여 초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고, 감독은 "컷" 사인을 냈다.
이어진 촬영에서는 실제 차량이 폭발하는 장면을 찍었다. "펑" 엄청난 굉음과 함께 시뻘건 화염이 솟구쳤고, 갑작스럽게 재난에 맞닥뜨린 시민들은 길바닥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자 재난의료팀 DMAT 의사들과 소방대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시민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오픈세트 옆에는 600평 규모의 실내세트가 있었다. 미래병원 의사들의 일터인 실내세트는 종합병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응급실부터 수술실까지 완벽하게 갖췄다. 특히 건물 바닥에 진동시스템을 설치해 서 있기만 해도 흔들림이 감지됐다. 연기자들에게 실제 지진상황에 놓인 느낌을 주기 위한 배려다. 장용우 PD는 "보통 드라마 세트장은 촬영 한 달 정도 지나면 벽이 무너진다. 하지만 (촬영 4개월 째인데도) 디데이 세트장은 멀쩡하다. 정말 튼튼하게 지었다"고 했다.
드라마 '디데이' 오픈세트에서 촬영 중인 하석진. 사진=JTBC 제공
지진 소재의 재난의료드라마를 촬영하는데 애로점은 없을까. 장용우 PD는 "지진 상황을 리얼하게 보여줄 장소를 구하기 어렵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얼마전 대전에서 지하철 영업 끝나고 촬영했는데 공기가 안 좋아 고생했다"면서 "지진 장면을 찍기 위해 전국의 철거지역은 모두 돌았다"고 했다.
15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디데이'는 열악한 국내 드라마 제작환경에서는 드물게 첫 방송 전 분량(20부작)의 80%를 사전제작해 주목받았다. 지난 6월 3일 첫 촬영한 '디데이'는 23일 현재 16부까지 촬영을 끝냈다. 장 PD는 "시간과 돈을 많이 배려해준 덕분에 재난의료드라마라는 새 장르를 선보일 수 있었다. 특히 3회 방송은 6분 동안 대사나 음악 없이 지진 장면만 내보낸다.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RELNEWS:right}
이어 그는 "시청자들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5개 회사가 공동으로 CG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좋은 의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다. 자막에 의료용어를 넣지 않은 것도 의사들의 절박감과 위기감을 부각시키고 싶어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