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성지순례를 하던 무슬림 수백명이 압사한 사건에 대해 러시아의 이슬람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이 '신의 선물'이란 황당한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이슬람권에 속하는 러시아 남부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 람잔 카디로프는 24일(현지시간) 자국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미나에서 발생한 대형 압사 사고에 대해 참사지만 신의 선물이기도 하다는 발언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親)크렘린계 인사로 유명한 카디로프는 "미나에서 일어난 사건은 정말 비극적 사건"이라면서도 "사우디로 하지(성지순례)를 떠나는 모든 무슬림은 바로 그곳에서 죽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 사건은 알라의 선물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알라는 하지 의무를 이행하면서 숨진 사람에겐 모든 죄를 용서해 준다"면서 "그들은 가장 성스러운 날 가장 성스러운 장소에서 숨졌기 때문에 아주 행복한 사람들이며 우리는 그들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카디로프는 대형 사고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올해 2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순례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에 대해 현지에선 종교적 발언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700명 이상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참사에 대해 적절치 못한 언급이란 비판적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 국영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께 메카로부터 약 5km 떨어진 미나에서 발생한 대형 압사 사고로 적어도 717명이 숨지고 805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도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