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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이 고위공직자들의 자녀취업 청탁을 막는 이른바 '현대판 음서제 방지법'을 발의한데 이어 입사지원서에 부모의 학력과 직업 등 기재를 금지하는 이른바 '부모스펙기재 금지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 중 다수가 구직자에게 부모의 학력과 직업 등 직무와 관련 없는 개인 정보를 요구하고 있고, 일부 기업이 이를 사실상 평가점수에 반영해 부모의 스펙이 채용 유무와 부서 배치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은 이런 내용의 '고용정책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현행 고용정책기본법 7조는 근로자를 채용할 때 성별과 종교, 학력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지만 부모의 학력과 직업, 직위 등에 따른 차별 금지 규정을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
이에 박 의원은 이 조항을 수정해 사업주가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부모 등 가족의 출신학교와 최종학력, 근무처, 근무처에서의 직위, 재산사항 등을 묻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구직자에게 부모의 학력과 직업 등을 요구하고, 부모의 스펙이 자녀에 채용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관행이 일정 부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인권위는 2003년 입사지원서에서 신체사항과 가족의 성명, 직업, 월수입 등 36개 항목을 제외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강산이 바뀐다는 1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입사지원서에 담기는 개인정보 항목은 크게 바뀌지 않은 상황이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지난해 국내 상위 100대 기업 중 채용을 진행한 95개 기업의 입사지원서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기업 중 80개사(社)가 지원자들에게 가족관계와 동거 여부 등을 요구했고, 상당수의 기업이 부모의 학력(21.1%)이나 직장명, 직위 등 직업정보(31.6%)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지적에 대해 기업들은 "관행적인 질문일 뿐 당락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부모의 스펙이 당락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구직자들의 불신은 팽배하다.{RELNEWS:right}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하반기 공채 취업준비생 704명을 대상으로 '쓰기 싫은 이력서 항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1.6%(중복응답 가능)가 '가족사항'을 꼽았고, 이유로 '입사에 불필요', '개인 정보의 과도한 노출', '필터링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우려' 등을 꼽았다.
청년위가 지난 7월 취업준비생 505명을 대상으로 '기업의 채용관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31%는 내정자를 정해놓고 진행하는 면접(공고)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할 만큼 채용 과정에 대한 불신이 컸다.
박병석 의원은 "부모의 지위나 권력, 재력에 따라 자녀의 인생 진로 달라져서는 안 된다"며 "부모의 지위와 관계없이 청년들이 자기 능력에 따라 취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자는 것이 이 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