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 정병국 (사진 제공/KBL)
지난 9월30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 안양 KGC인삼공사의 경기 도중 평소 흥이 많은 함석훈 장내 아나운서가 가장 흥분한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1쿼터 막판, 신장 185cm의 가드 정병국(31·인천 전자랜드)의 호쾌한 블록슛이 나왔을 때일 것이다.
정병국은 찰스 로드의 패스를 받아 단독 속공에 나서는 KGC인삼공사의 김기윤을 뒤에서 따라가 레이업을 블록했다. 공에 손을 갖다대는 수준을 뛰어넘는 '파리채' 블록슛이었다. 놀란 팬들은 정병국에게 큰 함성과 박수를 건넸다.
블록슛은 장신 선수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기자는 경기 후 정병국에게 실례(?)를 범했다. "프로에서 블록슛을 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전자랜드의 경기를 많이 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장면이 없었다. 정병국의 신장은 동 포지션에서 그리 크다고 보기 어려울 뿐더러 점프력도 높다고 볼 수 없다.
정병국은 옅은 미소를 띄우며 "지난 시즌에 2개 기록했다"며 웃었다.
정병국은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정병국은 지난 시즌 5개의 블록슛을 기록했고 정규리그 통산 299경기를 뛰어 총 15개의 블록슛을 올렸다.
정병국은 블록슛 장면에 대해 "내가 작아서 그런지 상대가 안일하게 (슛을) 올라가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는 분명히 찍으려고 따라갔고 운 좋게 블록이 됐다"며 웃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정효근은 "형이 가끔 블록슛을 하는데 키가 작다 보니까 심판들이 파울을 분다"며 정병국을 둘러싼 오해(?)를 설명했다. 기자회견장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블록슛을 하기 위해서는 높이, 운동능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구력도 무시할 수 없다. 키가 작더라도, 점프가 낮더라도 상대의 스타일을 잘 알고 슛을 시도하는 타이밍을 꿰고 있으면 충분히 블록을 노려볼 수 있다.
전자랜드에는 정병국 외에도 '단신 블로커'가 있다. 김태진 코치다.
김태진 코치는 현역 시절 331경기에 출전해 22개의 블록슛을 기록했다. 평균으로 치면 0.07개에 불과하나 그의 신장이 174cm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김태진 코치는 신장 180cm 미만의 선수들 가운데 블록슛 부문 통산 2위에 올라있다. 1위는 김승현(470경기 29개)이고 3위는 현재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창원 LG 소속의 김시래(159경기 11개)다.
인천 전자랜드의 김태진 코치의 현역 시절 (사진 제공/KBL)
김태진 코치는 "내가 점프는 좀 했다"고 웃으며 "나는 주로 옆이나 뒤에서 타이밍을 봤다. 상대보다 미리 점프해 내려오면서 올라오는 상대의 슛 블록을 시도하곤 했다. 농구를 오래 하면서 선수들의 스타일에 익숙해졌다. 스타일을 아는 선수들을 주로 노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