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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보단 넥센!" 송지만, 강력했던 '현실 직시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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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보단 넥센!" 송지만, 강력했던 '현실 직시 응원'

    '태균아, 고맙지만 우리가 이겨야겠다' 송지만 넥센 코치가 1일 한화와 홈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은퇴식에서 꽃다발을 전해준 상대 주장 김태균과 포옹을 하고 있다.(목동=넥센 히어로즈)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넥센-한화의 시즌 마지막 16차전이 열린 1일 목동구장. 경기 전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두 팀에서 현역 19시즌을 뛴 송지만 넥센 코치(42)의 은퇴식이었다.

    송 코치는 지난 1996년 한화에서 데뷔해 8시즌을 뛰었다. 이후 2004년 넥센의 전신 현대로 이적해 11시즌을 소화한 뒤 지난해 10월 은퇴했다. 통산 1938경기 타율 2할8푼2리(6620타수 1870안타) 311홈런 1030타점을 기록했다.

    타격의 힘과 정확성, 견실한 수비와 송구를 자랑한 송 코치는 역대 10번째 많은 경기에 출전할 만큼 '성실함의 대명사'로 꼽혔다. 1999년 한화와 2004년 현대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1년이 지난 올 시즌 은퇴식을 갖게 된 것이다. 늦은 만큼 넥센은 송 코치를 성대하게 예우했다. 강병철 전 한화, 김시진 전 넥센 감독 등 옛 은사들은 물론 염경엽 현 넥센 감독 등이 특별 제작한 배트에 사인을 새겨 전했다. 한화와 넥센 선수들이 도열해 선배의 은퇴를 축복했다.

    송 코치는 "사실 코치 생활을 하느라 바빠 은퇴식은 까먹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팬들과 주위 분들이 '은퇴식 안 하냐'고 물어봐서 알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은퇴식을 하게 된 오늘이 가장 뿌듯한 날"이라면서 "아들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송 코치는 장남 승화 군이 시구, 차남 승민 군이 시타를 한 가운데 포수 자리에 앉아 흐뭇하게 아이들을 바라봤다.

    ▲소금장수-우산장수 부모의 심정?

    이날 은퇴식은 송 코치가 몸담았던 두 팀의 경기에서 열려 더 뜻깊었다. 한화는 송 코치가 프로 생활을 시작한 팀이다. 1996년 신인 때부터 122경기 타율 2할8푼7리 18홈런 53타점으로 주전을 꿰찼다. 1999년에는 데뷔 첫 3할 타율(.311)에 첫 20홈런(22개) 74타점으로 창단 첫 KS 정상에 힘을 보탰다.

    2002년에는 38홈런 104타점, 거포 본능을 뽐낸 커리어 하이 시즌. 한화에서 추억이 나쁘지 않았다. 송 코치는 "첫 해부터 주전으로 기용하신 강병철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면서 "강 감독님은 불교 신자신데 당시 밥 먹기 전 기도를 드리는 나를 보고 불러서 '송 집사'라는 별명을 지어주셨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송 코치는 선수 생활의 절반 이상을 전신 현대를 포함, 넥센에서 지냈다. 이적 첫 시즌인 2004년에는 22홈런 74타점을 올리며 KS 우승에 기여했다. 그의 성실함을 인정해 선수 말년을 존중해주고 코치 기회를 준 것도 넥센이다.

    하필 두 팀은 이날 가을야구를 위해 외나무 다리 승부를 펼쳐야 했다. 두산과 공동 3위인 넥센은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해, 5위 SK에 2경기 차로 뒤진 한화는 가을야구 막차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송 코치로서는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곤란한 우산장수와 소금장수 자식들을 둔 부모의 심정일 수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오후부터 가을비가 그라운드를 적시고 있었다.

    '선배 응원, 꼭 이룰게요' 조상우, 서동욱, 박병호(오른쪽부터) 등 넥센 선수들이 1일 한화와 홈 경기에 앞서 진행된 송지만 코치의 은퇴식에서 기념 티셔츠를 입고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목동=넥센 히어로즈)

     

    하지만 송 코치의 입장은 분명했다. 온전히 우산장수, 소금장수 부모의 상황은 아니었다. 취재진의 다소 짓궂은 질문에 잠시 생각하던 송 코치는 "지금은 화성 히어로즈(퓨처스 리그) 코치이기 때문에 넥센을 응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장석 대표님도 듣기 때문에 이렇게 말해야 한다"면서 "선수 때는 안 그랬는데 이제는 이런 것도 신경을 써야 한다"며 취재진과 함께 파안대소했다. 송 코치는 "김동수(LG 2군 감독), 정민태(한화 코치) 선배들은 팀이 부진할 때 은퇴식을 해서 나도 사실 걱정했는데 그러지는 않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3위 희망' 넥센…'5위 희박' 한화

    송 코치가 보낸 강력한 '현실 직시'의 응원 때문일까. 한화보다는 넥센 선수들이 더 힘을 냈다.

    넥센 타선은 선배의 은퇴식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1회부터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선 한화 선발 미치 탈보트를 두들겼다. 서건창, 브래드 스나이더의 연속 안타와 상대 실책으로 선취점을 낸 넥센은 박헌도의 2타점 2루타와 장시윤의 적시타 등으로 대거 4점을 뽑아 기선을 제압했다.

    에이스 앤디 밴 헤켄도 화답했다. 4점의 리드를 안은 밴 헤켄은 5회까지 무실점으로 한화 타선을 막아냈다. 밴 헤켄은 6회 1사 1, 2루에서 조인성에게 1타점 2루타를 내준 뒤 강판했다.

    '송지만 만세' 넥센 선수들이 1일 한화와 홈 경기에서 은퇴식을 가진 송지만 코치를 헹가래를 쳐주고 있다.(목동=넥센 히어로즈)

     

    그러나 밴 헤켄의 15승(8패)과 넥센 승리에는 지장이 없었다. 넥센은 필승 카드 조상우를 투입, 승리 의지를 다졌다. 조상우는 1사 2, 3루 하주석 타석 때 폭투를 던졌으나 이후 베이스 커버를 잘 들어와 홈 쇄도하던 3루 주자 정현석을 태그아웃시켰다.

    한화로서는 짧은 폭투에 무리하게 뛰어든 정현석의 과욕이 아쉬웠다. 조상우는 하주석마저 삼진으로 잡아내 이닝을 종료, 위기에서 벗어났다.

    넥센은 8회 한현희에 이어 9회 등판한 마무리 손승락이 2실점했으나 4-3 승리를 지켜 3위에 대한 희망을 이었다. 이날 SK를 2-1로 누른 두산과 공동 3위를 유지했다. 송 코치의 바람 대로 그의 은퇴식은 현 소속팀 넥센의 승리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반면 한화는 5위 탈환과 가을야구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고 SK가 남은 2경기를 모두 져야 한다. 이후 5경기를 남긴 KIA의 결과도 지켜봐야 한다. 최진행의 내야 안타로 3-4까지 추격한 9회 2사 1, 3루에서 역시 무리하게 홈으로 쇄도한 3루 주자 정근우가 협살에 걸려 경기가 끝난 게 뼈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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