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내년 총선 '공천 룰' 결정에 대한 계파간 권력투쟁의 격전지가 된 공천제특별기구가 위원장 인선 단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비박(非朴·비박근혜)계의 핵심인 김무성 대표측은 일찌감치 황진하 사무총장을 특별기구 위원장으로 낙점했다.
하지만 친박(親朴·친박근혜)계가 김태호 최고위원을 대항마로 내세우면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전(一戰)' 관측이 나온다.
출범 단계부터 갈등 기류가 거세지면서 당초 예정됐던 5일 최고위 '위원 인선' 의결조차 불투명해졌다.
김 대표는 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별기구 위원장 임명안에 대해 "사무총장이 맡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어 위원 인선 방향에 대해선 "제일 좋은 방법은 중립적인 사람이 맡는 것"이라며 "내가 관여치 않고 사무총장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박계가 선호하는 방식은 기존 국민공천제추진TF 소속 의원들을 재활용하면서 공천 룰에 전문성이 있는 몇몇 의원과 당직자 등을 충원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도 "제일 좋은 것은 국민공천TF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황(3선) 사무총장, 홍문표(재선) 제1사무부총장, 황영철(재선)·민현주·서용교·이우현·이현재(이상 초선) 의원에 더해 박종희(재선·현재 원외) 제2사무부총장, 국회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이학재(재선) 의원, 권성동(재선) 전략기획본부장 등이 포함돼 10명 규모다.
계파 간 비율에서 특정 계파 측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개별 인사들의 성향에 있어서도 '계파 색채'가 짙지 않은 구성 방식이다.
그러나 친박계는 이런 방식에 대해 "당내 논란을 은근슬쩍 피해가려는 의도가 있다"며 반발했다. 공천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만큼 새로운 인적 구성이 요구된다는 논리다.
'친박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 측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무총장은 당 대표의 지시를 받는 사람"이라며 "김무성 대표와 수평적 위치에 있는 최고위원 중 한 명이 특별기구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 성향의 고위 당직자는 "황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내정할 경우 상황이 복잡해진다"며 "어차피 당 지도부의 추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최고위원급이 맡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있다"고 소개했다.
특별기구의 활동 내용이 당헌·당규 개정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최고위원 중 1명이 위원장을 맡고 위원들도 당의 역사를 이해하는 다선(多選) 의원들이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럴 경우 김태호 최고위원이 위원장으로 적합하다는 의견이 친박계 일각에서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최고위원의 경우 내년 총선 불출마 입장을 이미 피력한 만큼 '중립성'이라는 명분도 있다.
그러나 지난 '유승민 파동' 때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강한 비판을 가하면서 각인된 '강성 친박' 이미지 때문에 특정 계파에 치우친 인선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당사자인 김 최고위원도 위원장직 제안에 대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황 사무총장이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사이를 오가며 특별기구 위원장 및 위원 인선안을 조율하고 있으나 이견이 잘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