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온 자료사진 (사진=박종민 기자)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개발사업 과정에서 780억원대 혈세가 낭비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향후 240억원대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예산 손실규모는 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방위사업청 등을 대상으로 한 ‘무기체계 등 방산비리 기동점검’ 결과를 12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방사청은 수리온 개발의 주책임자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부당한 원가계산을 그대로 인정하거나, 다른 업체의 사업지체 책임을 눈감아주면서 혈세를 낭비했다.
수리온 사업이란 우리 군의 노후화된 기동헬기를 한국형 기동헬기로 대체하는 사업으로,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총 9조921억원을 투자하는 국책사업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방사청은 2013년 KAI가 제출한 원가계산서를 검토하면서, KAI가 21곳의 공동 개발업체의 투자보상금을 자사의 제조원가에 반영한 것을 그대로 인정했다. 이로 인해 일반관리비와 이윤 등 547억원이 과다 지급됐다.
투자보상금은 KAI를 포함한 22개 개발업체가 선투자한 돈을 정부에서 지급하는 것이어서, KAI의 제조원가에 반영해서는 안된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이 문제는 2012년 방사청 자체감사에서 이미 지적됐지만, 담당자들이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아직 계약체결이 안된 기술이전비 1136억원마저 같은 방식으로 후속양산계약을 체결할 경우 243억원만큼 KAI에 부당이득을 주게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AI 측은 “수리온 개발 관련 개발투자금과 기술이전비의 정산은 방위사업청-KAI 간 합의서와 관련 규칙에 따라 적법하고 투명하게 진행한 것”이라며 “가능한 모든 방법의 소명 및 구제절차를 진행할 것이고, 충분히 구제받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KAI 용역계약 담당직원이 처남 등과 공모해 외주용역업체를 설립한 후 인건비 단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용역비를 60억원 과다 지급받는 등 비리 정황마저 확인된 상태다. 방사청은 이 인건비 부풀리기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청은 또 수리온의 동력전달장치 국산화 개발사업이 업체의 잘못으로 실패했는데도 정부출연금 156억원의 환수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력전달장치 국산화 계획서’에 따르면 Batch0∼4 부품 135개는 체계개발 완료시점인 2012년 6월 30일까지 순차적으로 개발 완료하게 돼 있으나, 결국 실패했다.
그럼에도 방사청은 체계개발 기간 종료로부터 2년이 훨씬 지나서까지 국산화 실패의 책임소재를 규명하지 않았으며, 국산화 실패에 따른 정부출연금 환수 등 제재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밖에 방사청이 미국과의 기술이전 협의도 없이 엔진제어장치 소프트웨어 설계를 추진하다, 미국 정부의 기술이전 승인 거부를 당해 18억여원의 소프트웨어 설계비만 허공에 날린 사실도 감사에서 확인됐다.
{RELNEWS:right}감사원은 방사청장 등 관계기관장에게 업무 부당처리자 3명에 대한 징계, 부당금액에 대한 환수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등 10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
이와 별도로 감사원은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 국내개발 과정에서도 250억원대의 혈세가 낭비됐다며 방사청장 등에게 관련자 2명 징계요구 등 10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
이에 따르면 방사청은 국내업체 일광공영 등이 일부 장비의 국내개발 의무를 저버린 채 외국업체로부터 무상제공받거나 구매해 납품한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해 180억원의 부당이익을 보장했다.
또 장비 납품이 60일 지연된 데 대해 터키업체 하벨산사에 767만달러 지급을 보류했다가, 별다른 제재 없이 7개월 뒤 전액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