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칼럼] '길고양이'를 둘러싼 전쟁을 막으려면

칼럼

    [칼럼] '길고양이'를 둘러싼 전쟁을 막으려면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2011년 3월.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주민 1만6천여 명이 고향을 등졌다. 어느 날 원전에서 12km 떨어진,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마을 도미오카로 한 농부가 돌아왔다. 농부의 이름은 나오토 마츠무라. 그가 죽음을 각오하고 돌아온 것은 주민들이 버리고 간 고양이와 개, 소와 말, 타조 등 동물들을 돌보기 위해서였다. 이미 방사능에 노출된 동물들은 어떤 용도로도 쓰이지 못할 뿐더러 오래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생명은 수명을 다할 때까지 돌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정작 그도 방사능 피폭이 심해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마츠무라 씨 덕분에 동물들은 자신을 돌봐줄 주인을 얻게 됐다. 그리고 그 같은 기적은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인 없이 살아가는 길고양들에게 집을 지어주던 한 여성이 아파트 위층에서 날아온 시멘트 벽돌에 맞아 숨지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무서운 것은 길고양이를 싫어하거나 혐오하는 사람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이웃이라는 것과 그 이웃이 길고양이를 향해서가 아니라 길고양이의 ‘집’을 짓는 사람을 향해 벽돌을 던졌다는 사실이다. 벽돌을 던진 사람은 자신이 혐오하는 길고양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집’을 지어주는 데 격분한 나머지 벽돌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이웃들이 길고양이를 두고 본의 아니게 원수지간이 된 것이다.

    고양이는 개 다음으로 사람과 가까운 반려동물이다. 그렇지만 고양이의 역사도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파란만장하다. 순풍을 만나 사랑받기도 했는가 하면 폭풍에 휩쓸려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를 다산과 치유를 관장하는 바스테트 여신의 화신으로 여겨 숭배했다. 고양이를 죽인 사람은 사형을 시켰고 고양이가 죽으면 미라로 만들어 보관하기까지 했다. 그런가 하면 중세에는 고양이가 악마의 화신으로 뒤바뀌어 대량 학살되는 수난을 겪었다. 닥치는 대로 고양이를 죽여 개체수가 급속히 줄자 쥐가 들끓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인류역사에 최악의 비극으로 기록된 급성전염병 페스트가 창궐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페스트가 지나간 뒤 고양이는 다시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해 18세기 이후 왕실은 물론 귀족과 부르주아의 반려동물로 자리 잡았다.

    고양이는 좋을 때나 싫을 때나 인간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반려동물이었다. 곡식이나 작물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쥐만 잡아먹는 습성으로 인간에게 유익한 동물이었다. 또한 고양이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고독을 상쇄시켜주며 웃음을 선물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사람들의 선입견이나 가치판단에 따라 부당하게 고통을 받았다.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이 아니지만 인간들이 지니고 있는 개인의 취향과 특질에 따라 혐오감을 지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대한민국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는 길고양이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길고양이를 돌보며 먹이를 주는 캣맘과 길고양이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진다며 혐오하는 사람들 사이에 숨바꼭질 하듯 서로를 적대하는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인간사회의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가 서로 갈라져서 전쟁도 불사하며 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RELNEWS:right}길고양이를 둘러싼 시민들의 두 가지 상반된 이데올로기를 적절하게 조율하고,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자 몫일 것이다. 관련 중앙부처와 자치단체가 나서 대응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더 큰 불상사가 일어나기 전에 길고양이를 둘러싼, 시민들의 둘로 갈라진 이데올로기의 완충지대를 구축해야 한다.

    나오토 마츠무라 씨는 유령도시에 들어가 동물들을 돌보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 트럭 소리가 들릴 때마다 여러 동물이 마구 울어댔어요. 그런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듣자면 그들이 마치 '우리는 목이 말라요!' '먹을 것 좀 주세요!'라고 말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나 마츠무라 씨의 생각에 감동을 받는 사람들도 있지만,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반려동물들에 대한 상반된 견해 때문에 이웃사촌들이 전쟁을 치를 수는 없지 않은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길을 찾아 지혜를 모을 때가 다가온 것 같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