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대 유사수신 사기범 조희팔(오른쪽)
"생때같은 딸 목숨 값이었습니다. 죽고 싶어도 못 죽습니다. 조희팔 잡기 전까지는요"
이순향(66·여)씨는 '건국 이래 최대 사기사건'이라고 불리는 조희팔 금융사기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8년째. 피해는 아직 진행형이다.
그녀는 2008년 6월 친구의 권유로 조희팔이 운영하던 의료기 재임대 업체에 2억4천만원을 투자했다. 이 돈은 사고로 목숨을 잃은 큰딸의 보상금이었다.
2003년 대학을 졸업하고 경찰이 되겠다며 신체검사를 받으려고 집을 나섰던 딸은 일명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의 희생자가 돼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투자는 처음에 아무 문제가 없는듯 보였다. 이씨가 사는 경북 구미에는 '금오센터'라고 불린 조희팔 운영 업체의 사무실이 있었다.
그곳에 가면 '돈통 지킴이'로 불리던 관리자 최모 씨가 투자자들에게 "푸른 집(청와대)을 끼고 하는 사업이라 돈은 확실하다"며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수익금도 꼬박꼬박 통장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5개월 뒤 전국이 발칵 뒤집혔다. 사기 행각이 들통났고, 조희팔은 중국으로 밀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돈은 행방을 알 길조차 없었다. 이씨는 한순간에 빈털터리가 됐다.
사건 후 충격으로 시름시름 앓던 남편은 4년 뒤 세상을 떠났다고 이씨는 말했다.
그때부터 이씨는 한 복지관에서 일하면서 힘든 시간을 버티고 있다.
이씨의 사연은 최근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인 '웨이보'를 통해 알려지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이번 사건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한 방송사의 도움으로 만든 영상에는 이씨가 사연을 쓴 스케치북을 한 장씩 넘기며 조희팔을 찾아달라고 호소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씨는 11일 '조희팔의 오른팔'로 불리던 강태용이 검거됐다는 소식을 듣고 "피눈물이 흘렀다"고 말했다.
수많은 피해자의 인생을 망가뜨린 사기범이 검거 직전까지 호화주택에서 살면서 술을 마시고 골프를 쳤다는 소식에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고 했다.
이씨는 "피해자들은 조희팔이 100% 살아있는 것으로 믿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했던 경찰과 검찰이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모든 수사력을 동원해서 사기꾼을 빨리 검거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