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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레임덕이라고?…그래도 개혁하고 떠나겠다"

국제일반

    반기문 "레임덕이라고?…그래도 개혁하고 떠나겠다"

    • 2015-10-25 10:00

     

    이·팔 대립 격화에 손놓은 유엔 안보리 거세게 질타
    유엔 '최대권력 안보리' 개혁 필요 강조…"때늦었다" 지적도

    "(크게 언성을 높이며) 내 임기가 이제 1년2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개혁할 것은 개혁하고 떠나겠다"

    평소 화를 내지 않고, 상대방에게 좀처럼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상대로 버럭 화를 냈다.

    반 총장과 안보리 15개 이사국간 최근 정례 오찬에서다. 반 총장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과 매달 점심을 함께하며 안보리 활동 상황을 점검해왔다.

    반 총장은 최근 정례 오찬에서 작심한 듯 굳은 표정으로 "유엔 안보리가 해야 할 일을 너무나 하지 않고 있다. 안보리 운영 방식을 반드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질책했다고 24일(현지시간) 유엔 소식통들이 전했다.

    특히 반 총장은 "내 임기가 불과 1년2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바꿀 것은 바꾸고, 개혁할 것은 개혁하고 떠나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5대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15개 이사국 대표들은 전례없이 반 총장이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내자 대해 적잖이 당황하며 놀란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반 총장이 이례적으로 화를 높인 이유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대립이 장기간 격화하는데도 유엔 안보리가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엔 안보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대립이 격화하는 중에 가장 낮은 수준인 '언론 성명'을, 그것도 불과 단 한차례만 발표해 우려 표시만 했을 뿐이다.

    반 총장이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깜짝 방문한 것도 '안보리의 복지부동'에 대한 반작용의 일환이다. 당초 반 총장은 동유럽을 방문하고 뉴욕 유엔본부로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이-팔 사태가 격화하자 예정에 없이 두 곳을 전격 방문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몸소 겪은 반 총장은 이례적으로 현지에서 안보리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사태 진전이 전혀 낙관적이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진데 이어 유엔본부로 돌아와서는 이-팔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우연찮게도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도 이날 기사에서 유엔 안보리가 세계 평화 유지를 위해 제대로 노력을 하지 않아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는 비판 기사를 실었다.

    반 총장이 안보리 이사국을 향해 화를 낸 실제 표적은 5대 상임이사국들이다. 이들 국가는 아무리 중요한 현안이라해도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거부권 등을 행사하며, 사태 해결이 나서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엔이 창설된 뒤 2013년까지 전세계 전쟁·분쟁과 관련된 사안에 미국은 77차례, 러시아는 81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해 해결 노력을 무산시켰다.

    중국은 주로 북한 문제가 나올 때마다 9차례에 걸쳐 거부권을 행사했다.

    상황이 이렇자 프랑스와 영국은 전쟁으로 말미암은 대량학살 등이 우려되는 현안에 대해서는 거부권 행사를 자제하자는 방향으로 안보리 운영방식을 바꾸자는 입장이지만 미국, 중국, 러시아의 시큰둥한 반응으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 총장 스스로 밝힌 대로 임기가 불과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엔내 '최대 권력'인 안보리를 개혁하는 것은 말과 의지만으로 되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평소 전쟁·분쟁 지역 방문 등에 공을 들이는 반 총장의 업무 스타일때문에 반 총장이 유엔본부에 머무는 시간이 1년 가운데 3분의 1에 그친다는 점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RELNEWS:right}

    이미 유엔 주변에서는 오래전부터 "지나친 출장 탓에 반 총장이 유엔본부 내 자체 현안을 소홀히 한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해관계에 얽매여 화급한 현안에 의도적으로 손을 대지 않는 유엔 안보리가 일차적인 문제이지만, 바쁜 일정과 잦은 출장으로 '안방 업무'를 소홀히 한 반 총장도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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