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챔피언 프로그램' 스틸컷(사진=판시네마 제공)
흘린 땀만큼의 성과를 얻는 곳이라고 믿는 스포츠계에서조차 승부가 조작되고 있다는 소식을 나라 안팎에서 심심찮게 듣는다. 그 배경에는 언제나 선수 개인의 정의롭지 못한 선택을 넘어선 조직적인 공모가 똬리를 틀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미국의 사이클 영웅 랜스 암스트롱(1971~)의 조작된 신화를 그린 영화 '챔피언 프로그램'(감독 스티븐 프리어스)은 그 비열한 공모의 민낯을 여지없이 파헤친다.
진실이 드러난 그 자리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을 좇도록 내몰린 개인의 열망은 물론, 그 만들어진 신화를 등에 업고 커가는 스포츠 조직·업계의 생리가 점점이 박혀 하나의 뚜렷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대 역시 이 조작의 공모자일지 모른다"는.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벤 포스터)은 여느 선수와 다름없이 매년 7월 프랑스에서 3주간 열리는 세계적인 사이클 경기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의 우승을 꿈꾼다. 유망주로 떠오르던 그는 고환암 말기 진단을 받고 생명을 건 수술을 받는다. 그의 몸은 더 이상 선수 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진다.
하지만 암스트롱은 암을 이겨내고 당당히 복귀해 투르 드 프랑스에서 7회 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의 기적을 쓴다. 그 와중에 암 환자 치료를 위한 자선사업 등에도 적극 나서면서 그는 전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스포츠 영웅으로 자리매김한다.
이 신화 같은 이야기의 이면을 잠시 들여다보자.
사이클 선수로서 태생적인 한계를 느끼던 암스트롱은 대회에서 알게 된, '도핑의 대부'로 불리는 의사 미켈레 페라리(기욤 까네)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그렇게 그는 사이클계의 유망주로 떠오르지만, 고환암으로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한다.
영화 '챔피언 프로그램' 스틸컷(사진=판시네마 제공)
암을 이겨낸 그는 다시 페라리를 찾아가 경기력 향상을 위한 약물의 도움을 통해 재기를 노린다. 자신을 뒷받침해 줄 완벽한 팀도 꾸린다. 이 모든 것의 초점은 투르 드 프랑스 우승에 맞춰져 있었다.
암스트롱의 놀라운 경기력에 전 세계가 열광하는 동안 스포츠 기자 데이빗 월쉬(크리스 오다우드)는 의문을 갖는다. 누구보다 암스트롱의 재기를 응원했던 월쉬다. 암스트롱의 경기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의 기적 같은 경기력 향상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암스트롱의 성공 신화에 고무된 사이클계, 스포츠업계는 월쉬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암스트롱과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진실의 가치를 초월해 버린 물질만능의 논리 탓이었다. 이들 모두가 침묵으로 만들어낸 신화의 공모자였던 셈이다.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기 마련이다. 암스트롱과 주변인들은 성공 신화를 지켜내기 위해 끝없는 자기기만의 유혹에 빠진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 자신과 관련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암스트롱의 모습이다.
암스트롱은 기자회견에 앞서 거울을 보며 회견장에서 던질 "경기력 향상 약물에 대한 양성반응이 나온 적 없습니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거울에 비친 그의 눈에 잠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자성의 빛이 비추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그 말을 반복하는 암스트롱의 눈은 최면에라도 걸린 듯 단호해진다. 자기기만의 늪에 빠져 더 이상 빠져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순간이다.
이 영화의 문법은 쓸 데 없이 진지하지 않다. 신나는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경기력 향상 약물을 선수들의 신발에 넣는 은밀한 손을 비추고, 농담 섞인 대화를 나누며 그 약을 몸에 투입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이러한 속도감 있는 전개는 스캔들의 공모자들이 맞닥뜨리게 될 파국의 강도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낸다. 당장 눈앞의 이해관계에 매몰돼 양심도, 규칙도 없이 무한경쟁을 강권하는 물질만능의 세상이 벼랑 끝으로 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부조리의 약한 고리는 언제나 내부에 있기 마련이다. 조직된 성공 신화의 공모자들은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