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안철수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자료사진)
박원순 서울시장의 한 측근은 요즘 박 시장의 처지를 빗대 '삼발이 신세'라고 말했다.
삼발이는 세 발이 같이 버텨야 바로서는 지지대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와 미묘하게 얽힌 삼각관계를 일컫는 표현이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는 당의 혁신안을 둘러싸고 한없이 적대의 길로 가고 있다.
그럴수록 두 사람 사이에 낀 박원순 서울시장의 입장이 참으로 난처하다.
문재인·안철수 전·현 대표는 28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미래포럼 행사에 나란히 참석했지만 분위기는 냉랭하고 어색했다. 이 자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석했다.
세 사람은 지난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 이후 70일 만에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지만 박 시장은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를 양쪽에 두고 가운데 앉았다. 세 사람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20일 문재인 대표와 용산 나진상가를 함께 방문했다. 한달간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자리 대장정 프로젝트의 하나로 청년 창업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박원순 시장과 문재인 대표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추켜세우기 바빴다.
박원순 시장이 문재인 대표와 이런 행보를 보이자 정치권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안철수 대표로 향했다.
박원순 시장이 문재인 대표에게 경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박원순 시장측이 '안철수챙기기'에 나섰다.
박원순 시장은 일자리대장정을 마무리하는 행사의 하나로 오는 30일(금)~31일(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리는 잡담(JOB談) 행사에 안철수 전 대표를 초청했다.
이번 행사는 1만원의 참가비를 낸 484명의 참가자들이 팀을 나눠 '행복한 삶과 일자리' 등의 주제를 놓고 벌이는 무박2일 토크쇼다.
방송인 김제동씨가 사회를 본다. 안철수 전 대표도 오랜만에 청년들과 토크콘서트를 할 기회다. 박원순 시장도 JOB談에 참여하고 시상식도 한다.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2011년 서울시장 후보 양보를 계기로 정치적으로 한배를 탈 수 밖에 없는 태생적 고리가 생겼다.
박 시장은 안철수 전 대표로부터 큰 양보를 받았고 정치적으로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박 시장은 몽골 울란바토르시 방문길인 지난 9월21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정치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야당이 단결이 안돼 (국민들에게) 실망을 많이 낳고 있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계속 부딪히고 있는데 두 사람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사이의 가교역할을 박원순 시장이 하겠다는 얘기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자료사진)
그런 의미에서, 30일 토크쇼 행사는 박원순 시장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문재인·안철수 전·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지율은 연동해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한쪽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어느 한쪽이 올라가는 추세이지만 어느 누구도 급격하게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경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세 사람이 전체적으로 30% 안팎의 지지율로 야권지지층을 끌어묶는 역할을 하고 있다.{RELNEWS:right}
결국, 이들 야권 3인방은 어느 한쪽의 무게중심이 약해지면 동시에 쓰러지는 삼발이처럼 함께 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으로서는 여의도정치와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는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등거리외교를 펴야하는 한국외교와 비슷한 처지다.
중국 전국시대에 모든 사람에게 덕을 베풀어 결국에는 정치적 위기상황에서 큰 덕을 봤던 맹상군(孟嘗君)의 지략을 택할 수 밖에 없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