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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설] 국정화의 논리 '자가당착'

     

    자기의 언행이 앞뒤가 모순될 때 우리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이란 말을 쓴다. 누군가 깨끗한 벽에 '낙서금지'라고 썼다면 이게 바로 자가당착이다. 국정화를 둘러싸고도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들이 펼쳐지고 있다.

    집권층 내부에서는 '검·인정 교과서들이 너무 좌편향돼 있어서 우리 아이들이 치우친 역사를 배우고 있다. 그래서 패배의식에 젖어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인사는 '국정화 반대세력은 적화통일을 준비하려는 용공세력'이라며 종북논란을 부추기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직전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30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 검인정 교과서의 심사과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이 교수는 "박근혜 정부 초기에 국사편찬위원회가 검·인정 작업 심사를 끝냈을 때 청와대 해당 수석실에서 한 부를 가져가 한 열흘간 검토를 했다"고 말했다.

    '국사편찬위가 심사하고 청와대가 검증을 했던 교과서'라 좌편향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책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진단이다. 일부 좌편향 논란이 있다면 고치면 그만이지 그걸 꼬투리로 제도 자체를 바꾸려는 건 자유민주주의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이처럼 청와대까지 검토한 뒤 나온 8종의 검·인정교과서를 이제와서 싸잡아 매도하고 색깔론까지 덧씌우는 것은 명백한 자가당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 내에서조차 "북한에서 지령을 내렸다는 등 유치하고 천박한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 정말 창피하다"는 고백이 나오고 있다.

    역사학자들의 반발은 정점에 달했다. 28개 역사학회는 이날 서울대에서 채택한 '국정화 반대 공동선언'에서 국정화 행정예고 철회와 모든 역사학자들의 교과서 제작 불참을 촉구했다.

    하나의 역사, 하나의 해석만 가르치는 국정 교과서로는 민주적 시민은 물론 세계화 시대를 짊어질 창의적, 비판적 미래 세대를 키워내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여론은 지난 12일 국정화방침 발표 이후보다 더 나빠졌다. 2주전 찬반이 동일하던 국사교과서 국정화는 한국갤럽이 27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남녀 1004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반대가 찬성보다 13%포인트가 많았다. 편향성을 바로잡는 방식이 과연 획일화된 역사교과서여야 하느냐에 대한 우려와 반감이 커지고 있는 반증인 셈이다.

    행정예고는 사흘 뒤, 즉 다음달 2일이면 끝이 난다. 그런데 국사편찬을 책임졌던 관계자와 무수한 역사학자들, 그리고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무리한 국정화 강행이 몰고올 국론분열과 사회적 비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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