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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승 연출 이승현 주연의 '모비스 존 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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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일승 연출 이승현 주연의 '모비스 존 깨기'

    고양 오리온의 이승현 (사진 제공/KBL)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은 "헤인즈가 원하는대로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역방어는 어차피 깨질 수밖에 없다. 오리온에는 문태종, 허일영 등 맨투맨을 상대로도 평균 수준의 3점슛을 넣을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고 말했다.

    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울산 모비스의 1-2위 대결을 앞두고 유재학 감독은 모비스가 주로 지역방어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역방어는 외곽슛에 취약하다. 그러나 유재학 감독은 오리온이 다른 팀들과는 달리 수비 형태가 맨투맨(대인방어)이든, 지역방어든 어렵지 않게 외곽 기회를 만들어내는 팀으로 정의했다. 맨투맨을 상대할 때는 애런 헤인즈가 돌파로 수비진을 휘저은 뒤 밖으로 빼주는 패스에 외곽 슈터들이 춤을 춘다. 그래서 외곽슛을 얻어맞더라도 지역방어를 고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모비스는 3-2 지역방어를 앞세웠다. 가장 중요한 위치인 앞선의 가운데에는 아이라 클라크가 섰다. 클라크는 외곽을 견제할 뿐만 아니라 상대가 골밑 공격을 시도할 때에는 아래로 내려가 견제해주는 역할을 했다. 가장 중요한 위치다.

    #1 오리온의 첫 번째 작전타임

    오리온은 5-8로 뒤진 1쿼터 중반 첫 번째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모비스의 수비 형태를 지켜본 추일승 감독이 선수들에게 첫 번째 과제를 줬다. 오리온의 '존 오펜스'가 시작됐다.

    이승현이 뒷선의 한 축을 맡는 함지훈 곁에 섰다. 이승현이 하이포스트로 올라오자 함지훈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그러자 오리온에게는 뒷공간이 생겼다. 애런 헤인즈가 발빠르게 움직여 빈 공간을 공략했다.

    함지훈은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이승현을 따라 하이포스트까지 나왔고 김동욱이 그 뒷공간을 파고들어 손쉬운 컷인 득점을 만들어냈다. 유재학 감독은 수비를 잠시 맨투맨으로 바꿨다. 수비를 바꾼 이유가 3점슛을 얻어맞았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2 '존 브레이커' 조 잭슨과 이승현

    지역방어는 돌파를 잘하는 선수의 위력을 반감시킨다. 단신 외국인선수들이 합류한 올 시즌 코트에서 지역방어를 자주 볼 수 있는 이유다. 유재학 감독은 지역방어를 좋아하는 지도자는 아니다.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2000년대 초반 미국 대학농구에 다후안 와그너라는 선수가 있었다. 고교 시절에 한 경기 100점을 넣어 화제가 됐던 당대 정상급 유망주 가드다. 그는 멤피스 대학 시절 '존 브레이커'로 불렸다. 지역방어는 돌파 때문에 흔들리기는 어려운 수비지만 누군가 돌파로 그 어려운 과제를 해낼 수 있다면 지역방어는 쉽게 무너진다. 와그너는 그런 능력자였다.

    오리온은 25-35로 뒤진 2쿼터 중반 헤인즈를 빼고 조 잭슨을 투입했다. 헤인즈의 위력이 지역방어 때문에 다소 반감되자 잭슨을 통해 새로운 공략법을 모색한 것이다.

    잭슨은 톱에서 클라크를 상대로 돌파해 페인트존 득점을 성공시켰다. 빅맨 클라크의 발이 잭슨의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3-2 지역방어시 정면이 뚫리면 곤란하다. 뒷선 2명이 안으로 도움수비를 갔다가는 베이스라인에 서있는 문태종, 허일영 등에게 고스란히 오픈 기회를 내주기 때문이다.

    유재학 감독은 즉각 반응했다. 클라크를 빼고 천대현을 투입해 천대현에게 3-2 지역방어의 머리 역할을 맡겼다.

    고양 오리온의 조 잭슨 (사진 제공/KBL)

     



    잭슨이 뛴 2쿼터 막판 4분 동안 오리온은 모비스를 12-4로 압도해 시소 게임을 만든 채 전반전을 마쳤다(모비스의 39-37 리드).

    그리고 오리온에는 여전히 이승현이 있었다. 이승현은 로우포스트와 하이포스트를 부지런히 오가며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2쿼터 종료 1분30초를 남기고 왼쪽 베이스라인에 위치한 허일영에게 오픈 기회를 만들어준 이승현의 패스는 일품이었다. 이승현은 전반까지 6개의 어시스트를 올렸다.

    이승현은 3쿼터 초반 뒷선 수비를 스크린해 곁에 있는 허일영에게 완벽한 오픈 기회를 만들어줬다. 때마침 패스가 베이스라인을 향했고 허일영은 쉽게 3점슛을 터뜨렸다.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 팀 공헌도였다. 이승현이 신바람을 낼수록 모비스의 지역방어에는 균열이 생겼다.

    #3 '존 오펜스' 그 자체인 함지훈

    유재학 감독은 경기 전 "지역방어는 하이포스트에 공이 들어가면 뚫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패스 능력이 좋은 함지훈이 있어 든든하겠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유재학 감독은 "그래서 우리는 존 오펜스 패턴이 없다. 함지훈에게 공을 주면 알아서 한다"며 웃었다.

    오리온은 전반전에 잠깐 3-2 형태의 지역방어를 섰다. 그러나 하이포스트에서 분주하게 움직인 함지훈 때문에 모비스의 볼 흐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전준범의 외곽슛은 초반부터 폭발했다. 오리온은 오래 가지 않아 지역방어를 포기했다.

    #4 오리온의 'BQ'가 빛난 승부

    4쿼터 초반 이승현이 뒷선 수비수를 등지고 공간을 확보했다. 그러자 외곽에 서있던 김동욱이 날카로운 바운드 패스를 건넸다. 이승현이 공을 잡자마자 골밑을 향해 슛을 던질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해준 완벽한 패스였다.

    조 잭슨은 3-2 지역방어의 머리에 위치한 선수가 골밑을 신경쓰면 톱에서 주저없이 외곽슛을 던졌다. 또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로 상대 수비를 교란시키는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허일영은 노련한 위치 선정으로 수차례 좋은 슛 기회를 만들어냈다. 농구 IQ를 줄여 'BQ'라는 표현을 쓴다. 오리온의 전반적인 경기 운영 능력이 돋보인 경기였다.

    오리온은 모비스의 지역방어를 상대로도 끊임없이 슛 기회를 만들어내면서 평균 수준의 득점력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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