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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 정상회담 '두개의 중국' 현실 인정"…통일 첫걸음 될까

아시아/호주

    "양안 정상회담 '두개의 중국' 현실 인정"…통일 첫걸음 될까

    • 2015-11-07 15:02

    관계 재정립 계기…대만대선 영향은 제한적

     

    중국과 대만 분단 66년만의 첫 정상회담은 양안의 정치적 통일을 향한 첫 걸음으로 기록될 만 하다.

    양안이 1992년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한 이후 24년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경제 측면에서 단순 협력을 넘어선 단계로까지 발전했으나 정치, 군사 방면에서는 양안의 거리는 멀고도 멀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永九) 대만 총통은 7일 중국공산당이 활동을 시작한 1920년대부터 국공내전과 냉전시기 대립 등을 거치며 실질적인 최고 수뇌가 100년 만에 얼굴을 맞대고 양안관계를 재정립하는 역사를 쓰게 된다.

    두달이 채 안 되는 사이에 시진핑 주석의 미국, 영국 방문, 독일, 프랑스 정상의 방중, 리커창 총리의 한중일 정상회의, 그리고 시진핑 주석의 베트남, 싱가포르 순방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숨가빴던 외교활동이 결국 양안 정상회담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 중국·대만 양안관계 재정립 계기되나

    그만큼 중국에는 대만과의 양안관계 설정이 무엇보다 우선한다고 할 수 있다. 미중간의 관계도 결국 대만 문제로 귀결된다는게 중국의 판단이다.

    앞으로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대만의 대선결과와 차기 총통의 대중국 정책의 여하에 달려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중요도 면에서는 격상될 여지가 다분하다.

    특히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이 훼손된다는 지적에도 정부 대 정부, 국가원수 대 국가원수 자격의 회담을 받아들이며 이번 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했다는 것 자체가 중국의 대(對) 대만관계를 재정립하고자 하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설령 이번 회담에서 두 지도자가 회담에서 아무런 실질적 성과가 없이 악수만 나누고 식사만 했더라도 만남 자체의 의미가 크다는게 중국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정융녠(鄭永年)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연구소 소장은 "시 주석과 마 총통이 싱가포르에서 무엇을 토론하고 어떤 성과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들의 만남 자체가 매우 큰 돌파구"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두 지도자가 '선생'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국기를 내걸지 않은채 표면적으로나마 대등한 위치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진행한 것도 양안 지도부의 생각이 열려 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렁포(冷波) 중국사회과학원 대만연구소 부주임은 "마 총통 취임 이래 '하나의 중국' 원칙 하에 양안관계가 발전을 거듭하며 정치적 상호신뢰가 깊어진 결과가 이번 회담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대만은 최근 네덜란드 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관련, 필리핀의 제소를 수용하자 '인정불가' 입장을 표명하며 중국과 공조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지속적인 협력과 교류를 통해 '양안 통일'이라는 또다른 '중국의 꿈'(中國夢)을 꾸기 시작한 단초를 마련했다. 민족적 감성에 호소한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잠시 내려놓고 국제무대에서 두 국가가 실질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현실의 중국'을 인정한 계기가 된 것이다.

    ◇ 대만 대선에 영향 미치나…선거 영향은 제한적

    현실 정치에서 국공 영수회담의 관례를 깨고 중국이 양안 정상회담 카드를 꺼내든 직접적인 배경은 그동안 우호 관계를 유지해온 국민당이 정권 교체의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당은 지난달 훙슈주(洪秀柱) 후보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고 주리룬(朱立倫) 주석을 새로운 대선후보로 선출했지만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국민당 후보를 크게 앞서면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현재 민진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인 '92공식'을 부정하고 독립노선으로 기울고 있어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양안 관계는 다시 과거의 갈등 관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만의 현 국민당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양안관계의 중요성과 긴밀성을 강조하기 위한 일종의 '북풍'(선거개입)인 셈이다.

    니융제(倪永杰) 상하이대만연구소 부소장도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이 대만 유권자로 하여금 어느 후보가 양안관계의 발전과 안정을 추진하는데 유리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단지 중국이 내년 1월 대선에서 패색이 짙은 국민당 후보를 지원 사격하는 용도로만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단견일 수 있다. 이미 대선 판세는 압도적인 지지율 차이로 야당인 민진당의 당선이 점쳐지고 있다.

    중국도 현재의 국민당이 판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차기 총통으로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는 차이 주석에게 지나친 독립 추구에 대해 모종의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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