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부친인 고(故) 유수호(85) 전 국회의원의 빈소에는 9일 이틀째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비롯해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아버지 유 전 의원에서 아들 유 의원까지 2대째 인연을 맺은 조문객이 빈소를 찾아 특히 눈길을 끌었다.
같은 법조인 출신으로 고인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이 전 총재는 2년 전 고인과의 만남을 떠올리며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고인과 13대 국회에 같이 입성한 '등원 동기'인 박 전 의장은 "나이도 선배고, 법조계에서도 저보다 선배이다 보니 '형님'처럼 모시고 다니며 보신탕과 소주를 많이 먹었다"고 회상했다.
14대 국회에서 고인과 함께 활동했다는 김 전 수석은 "내가 모셨던 노태우 전 대통령과 친구인데다 내가 원래 (고인처럼) 곧은 사람을 좋아한다"며 고인과의 친분을 드러냈다.
고인과 연이 깊은 정계 원로들은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은 후 정치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유 의원에게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박 전 의장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번씩 겪는 아픔, '성장통' 아닙니까. 이번에 그 시기를 지나고나면 큰 인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 전 수석은 "원래 정치인에게 힘든 시기는 다 있는 법"이라며 "참고 견디면 다 해결하는 길이 생기게 돼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에게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하며 각을 세웠던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도 빈소에 들러 유 의원을 위로했으나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을 개인적으로는 존경하고 자기 색깔이 분명하지만 당 원내대표로서는 좀 부적절한 부분도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원내지도부도 빈소에 함께 들렀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앞서 조문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 문정림 원내대변인이 이 자리에 함께했다.
특히 유 전 원내대표는 한때 '러닝메이트'였고 자신의 후임이기도 한 원 원내대표와 조문 인사만 간단히 나눈 뒤 별도의 대화를 하지 않아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마침 새정치민주연합 전 원내대표인 우윤근 의원이 접객실에 앉아있어 자연스레 여야간 '대화 테이블'은 마련됐다.
이르면 10일 여야 지도부가 회동해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놓고 담판을 시도하기로 양당 대표가 합의한 만큼 선거구 획정이 화두가 됐다.
우 전 원내대표는 "4+4 합의하기로 한 것은 매우 잘 했다"고 칭찬하자, 원 원내대표는 "결론을 내야 할 시기가 왔다"며 "밤을 새워서라도 하자고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우 의원 외에도 새정치민주연합 측에서는 김한길 유인태 안규백 의원이 유 의원의 빈소를 찾아 헌화했다.
한편, 유 전 원내대표 측이 전날 고인의 뜻에 따라 화환을 정중히 거절한다고 밝혔음에도 접객실 사방이 화환 리본으로 가득해 눈길을 끌었다.
받은 화환을 전부 접객실에 수용할 수 없어 화환은 치우고, 대신 보낸 사람 이름이 적힌 리본만 남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