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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국사학과 동창회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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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국사학과 동창회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촉구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생들이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규탄하고 나섰다.

    서울대 국사학과 동창회는 9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동창회는 "1969년 이래 서울대 국사학과의 일원으로 수학하며 유신과 긴급조치, 5공 독재에 맞섰고,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영광을 한 마음으로 누렸다"며 "그 후로도 고통과 싸움은 계속됐으나 한국 민주주의의 진전에 기대를 걸고, 장차 국가나 집권세력을 향해 선배와 후배가 하나로 뭉쳐 목청을 높일 일은 없으리라 믿어왔지만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정책을 목도하면서 그러한 기대는 환상이었음을 깨달았다"며 개탄했다.

    이어 "시민들이 깨어 있지 않으면,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외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언제라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 앞에 명백해졌다"며 성명서를 발표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동창회는 "우리는 한국역사와 역사학을 매개로 맺어진 조그만 공동체에 속했을 뿐이지만, 그런 공동체들이 자기 믿음을 밝히고 목소리를 낼 때 대한민국도 민주주의의 영광과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전문가와 국민의 압도적인 의견을 무시한 채 강행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국정 역사교과서의 제작을 독점하겠다는 정책을 즉시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대 국사학과 82학번으로 올해 동창회장을 맡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은 "한 동문이 성명서 발표를 제안하고, 교수로 재직 중인 동문이 성명서 초안을 작성했다"며 "내가 동문회장으로 있는 상황에서 성명서를 내게 되면 '야당이 성명서 발표를 사주했다'는 뒷말이 나올까봐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정했으나 우리 역사를 수학했던 사람들이 무엇인가 해야한다는 의견이 많아 성명서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서울대 국사학과 성명서 발표를 시작으로 다른 대학 국사학과 및 역사학과 동창회도 힘을 모아줄 것이라고 기대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동창회 성명서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중단하라!

    우리는 1969년 이래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의 일원으로 수학하면서 숨 가쁜 세월을 겪어왔습니다. 삼선개헌을 필두로 이어진 유신과 긴급조치, 5공 독재의 치욕에 굴하지 않고 일어나 맞섰으며,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처를 이 땅에서 씻어낼 길이 없어 고통에 진저리쳤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영광을 한 마음으로 누렸습니다. 그 후로도 고통과 싸움은 계속되었으나 우리는 한국 민주주의의 진전에 기대를 걸고, 장차 국가나 집권세력을 향해 선배와 후배가 하나로 뭉쳐 목청을 높일 일은 없으리라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2015년에 이르러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정책을 목도하면서 그러한 기대는 환상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시민들이 깨어 있지 않으면,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외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언제라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 앞에 명백해졌습니다.

    역사교과서를 정부에서 독점하여 기술하는 것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역사학자와 교사들은 자기 시각에서 역사를 서술하고 뜻에 맞는 교과서를 선택하여 학생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그것을 가르칠 권리가 있습니다. 그것이 개인의 자유와 시장 경제를 보장한 헌법정신입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국가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이며, 교육과 역사 이해는 국가 권력이 독점해서는 안 되는 공공의 터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교육제도 법률주의를 규정한 헌법정신을 따르는 길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경제 질서도 민주주의와 분리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앞으로 한국 사회의 경제적 자산은 문화에 그 중심이 있으며 문화의 번창을 이루는 생명력은 다양성에 있습니다. 특히 역사는 문화를 창조하는 자원의 보고입니다. 똑같은 교과서로 전국의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칠 때 한국 문화의 기반은 급격히 축소될 것입니다. 국정 교과서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여유와 복지사회로의 지향에도 장애가 됩니다.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시민이 각자 사관의 자세를 지녀야 합니다. 우리는 역사 속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았으며 역사학의 전문성을 조금 더 익힌 만큼, 민주주의 사회의 사관으로서의 책임 또한 조금 더 강하게 느낍니다. 수많은 희생 위에서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이상을 세워온 사관의 전통에 감동하는 동시에, 난리 속에서 사초를 버리고 달아난 사관들에게서는 깊은 슬픔과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우리는 한국 역사와 역사학을 매개로 맺어진 조그만 공동체에 속했을 뿐이지만, 그런 공동체들이 자기 믿음을 밝히고 목소리를 낼 때 대한민국도 민주주의의 영광과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한 자리에 모여와 우리의 주장을 외칩니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전문가와 국민의 압도적인 의견을 무시한 채 강행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국정 역사교과서의 제작을 독점하겠다는 정책을 즉시 취소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동창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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