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정부가 가뭄 대책으로 4대강 카드를 꺼내들었다. 4대강 물을 저수지로 끌어들여 물그릇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금강 공주보에서 예산 예당저수지까지 장장 31km에 달하는 도수로공사를 연내 착공해 2017년 6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이와 동시에 낙동강 상주보와 화달저수지를 연결하는 12km 길이의 도수로를 내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들 도수로공사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4대강과 연계된 18개 도수로공사를 더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도수로공사는 사업비만 1조 원이 넘게 드는 대역사다.
그동안 4대강 사업 비리와 관련해 아무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앓고 있던 정부가 마침내 가뭄대책을 내세워 4대강 연계사업에 착수했지만 찬반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 4대강 도수로사업 착수…20개 지구에 1조원 소요 전망농식품부는 11일 당정 협의를 통해 공주보~예당저수지 도수로공사와 상주보~화달저수지 도수로공사를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이번에 확정된 2개 도수로공사는 첫 단추에 지나지 않는다. 농식품부는 가뭄으로 저수율이 떨어지는 전국 주요 저수지의 용수확보를 위해 4대강 도수로공사 18개를 추가할 계획이다.
한강 강천보~충주 서부지구 도수로공사와 낙동강 상주보~낙담1지구, 낙담2지구 연결공사, 금강 공주보~계룡지구 도수로공사 등이다.
현재 농어촌공사가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5월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는 예당저수지 도수로공사 사업비 988억 원과 화달저수지 도수로공사비 332억 원을 포함해 20개 도수로공사에 모두 1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4대강 도수로공사…‘예비 타당성검토’ 필요 없다 농식품부와 새누리당은 이번에 확정한 2개 도수로공사에 대해선 예비타당성 검토를 아예 면제하고 관련 인허가 사항 등 행정절차도 최대한 간소화할 방침이다. 우선 당장 가뭄 해결이 중요한 만큼 시간이 없다는 논리다.
이런 조치는 앞서 국토교통부가 추진했던 백제보~보령댐 도수로사업에서 처음 제기돼 확정된 상태다. 결국, 농식품부가 앞으로 추진할 나머지 18개 도수로공사에도 이런 특혜성 조치가 똑 같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토부가 이미 선례를 만들어 놨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얼마든지 밀어붙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라고 전했다.
더구나 예비타당성 검토가 면제될 경우 지역의 환경문제와 땅 주인들의 반발 등 각종 돌발변수가 발생해도 시간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업추진이 속전속결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예산 확보의 걸림돌도 사라졌다.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재정난 등을 이유로 4대강과 연계된 도수로공사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 당정협의를 통해 2개 도수로공사를 확정하면서 내년도 당초 예산안에 없던 1,027억 원을 추가 편성했기 때문에 나머지 18개 사업에 대해서도 예산 편성을 반대할 명분이 사라졌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이 점차 공사비를 늘리면서 결국 22조 원이라는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던 과정과 흡사하다.
◇ 안희정 충남지사, 공주보~예당저수지 도수로공사 제안 “야당 반대 못할 것”
저수지와 4대강을 연결하는 도수로사업은 가뭄에 대비해 농업용수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수자원을 이용하는 ‘이수’의 개념이 크다.
강의 바닥을 준설하고 물길을 조절해 홍수를 예방하겠다던 4대강 사업의 ‘치수’ 개념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사실, 이번에 확정된 공주보~예당저수지 도수로공사는 지난 2012년 역대 최악의 가뭄이 발생했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안희정 충남지사가 처음 제기한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