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유명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등학교가 남학생을 더 뽑기 위해 입학성적을 조작하고 교사들을 불법으로 채용한 것으로 감사결과 드러났다.
또 하나그룹 임직원들이 출자한 협동조합에 100억원에 이르는 일감을 몰아주는 등 수의계약한 금액이 지난 5년동안 140억원에 달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15일 이같은 내용의 학교법인 하나학원과 하나고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 2011~2013학년도 전체 신입생의 15%인 90명 당락 뒤바뀌어하나고는 지난 2011학년도부터 2013학년도까지 3년동안 서류전형과 면접 이후에 전형위원회에서 입시공고에도 없는 종합평가를 통해 합격자들에게 가산점(보정점수)을 주는 방법으로 입학성적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2012학년도에는 1차 서류전형 이후 0.1에서 1.7점 사이의 보정점수를 부여하고 2차 면접 이후 일률적으로 합격생에게만 가산점 5점을 주고, 2013학년도에는 일부는 가점을 주고 일부는 감점을 주는 식으로 점수를 재조정했다.
3년동안 당락이 뒤바뀐 학생은 전체 선발인원의 15%인 90명에 달했고, 대부분 여학생이 탈락하고 대신 남학생이 합격했다.
하나고는 일반전형(서울) 120명, 임직원자녀전형(전국) 40명, 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전국) 40명 등 총 200명을 매년 선발하고 있다. 이중 성적이 낮은데도 가산점을 받아 합격한 학생은 2011년 28명(남 25명, 여 3명), 2012년 33명(남 29명, 여 4명), 2013년 29명(남 24명, 여 5명) 등이다.
90명을 전형별로 살펴보면 일반전형에서는 61명, 임직원 전형에서는 13명, 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 16명이다.
120명을 선발하는 일반전형에서는 213등짜리 학생이 가산점을 받아 합격하기도 했다.
서울시 교육청 김형남 감사관은 "마지막 단계에서 합격생에게는 일률적으로 가점을 주고 불합격생에게는 가점을 전혀 주지 않는 방법으로 임의적으로 순위를 뒤바꾼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감사관은 "떨어트린 여학생 숫자와 합격시킨 남학생 숫자가 거의 비슷하다"며 "여학생과 남학생 성비를 맞추려고 점수를 조정한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2014∼2015학년도에는 성적조작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으나 남녀 합격생 비율이 비슷한 것으로 미뤄 어떤 식으로든 조작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학교 전 모 교사는 지난 8월 "2010년 하나고 개교 이래 서류 평가와 면접 점수를 합산한 엑셀 파일을 조작해 여학생 지원자를 떨어트리고 남학생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줬다"며 "실무적으로는 교감의 지휘를 받았지만, 교감은 이사장의 뜻이라며 작업을 하도록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 정규 교원 10명 불법으로 채용…MB정부때 유력인사 아들 학교폭력 은폐하나고는 지난 2011년~2015년까지 모두 10명의 정교사를 공개채용 절차없이 불법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교원을 신규로 채용할 때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를 구분해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간제교사 채용 때 공개채용했다는 이유로, 기간제 교사 중에서 정교사를 채용할 때 근무평가에 대한 성적과 면접만으로 채용했다.
시교육청은 불법채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매년 반복해서 이런 불법채용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수사기관에서 불법을 알면서도 왜 채용했는지, 금품수수가 있었는지, 청탁을 받았는지 여부를 추가로 밝혀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때 유력인사의 아들이 학교 폭력사건을 일으켰지만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사건이 무마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발생한 학교폭력에 대해 피해학생이 2012년 3월 경 교사와 상담했고 그 내용을 학교에서 보고받았으면서도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은 채, 학생 간에 화해가 이뤄지고 피해자가 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담임이 자체 종결했다. 시교육청에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학생들에 대한 괴롭힘은 2011년 초부터 1년 가량 이어졌으며, 학교측은 교사들이 문제를 제기한 지 몇 달 만에 서둘러 가해학생을 전학시키는 선에서 마무리지었다.
◇ 지난 5년간 140억원대 불법 수의계약…레베이트 의혹도하나고는 특히, 하나그룹 임직원들이 출자한 협동조합에 학교 시설관리 명목으로 98억 8천만원 어치에 이르는 일감을 몰아주는 등 공개경쟁입찰 규정을 어기고 수의계약한 금액이 지난 5년동안 140억원에 달했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5천만 원 이상인 계약은 공개경쟁입찰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수의계약을 한 것이다.
김형남 감사관은 "수의계약 중에서 큰 것은 학교시설 전체에 대한 관리 용역, 위탁급식, 기숙사 세탁물 세탁 등 3가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 감사관은 "사법기관에서 관련 업체나 당사자를 수사하면 리베이트 등 추가적인 비리가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 교장과 교감 등 파면요구, '입학성적 조작 및 수의계약' 검찰 수사의뢰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의 불법 학사개입 사실도 드러났다.
김 이사장은 교장이 소속 교사가 참석하는 것을 반대한 모 신문사 주관 학교설명회 행사에 다른 교사가 참여하도록 지시한데다, 각종 언론에 하나고 비리 의혹이 보도되자 '하나고 부장회의'에 참석해 신문광고 형식으로 교직원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해 결국 광고를 게재가 이뤄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김 이사장과 하나고 교장·교감, 행정실장 등을 사립학교법 위반 등으로 16일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에 고발 및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또 교장과 교감, 행정실장 등 3명에 대해 파면을 요구하는 등 6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시교육청은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 본 뒤 '사립학교법' 20조의2의 규정에 따라 이사장 승인 취소 처분은 물론 자사고 지정 취소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RELNEWS:right}
이번 감사는 '하나고 특혜의혹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 특별위원회'에서 신입생 선발 비리와 교원 채용 법령 위반 등의 의혹이 제기된 이후, 서울시 의회의 감사 청구를 받아들여 진행됐으며, 지난 9월 14일부터 10월 7일까지 현장 감사가 이뤄졌다.
하나고는 하나금융그룹의 학교 법인인 하나학원이 2010년 3월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자립형 사립고로 설립했으며 개교 이후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됐다.
전국의 자사고 중 민족사관고 등과 함께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10개 학교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