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 스님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신변보호와 중재 요청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조계사에 은신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요청을 사실상 받아들여 향후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을 중재할 뜻을 내비쳤다.
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스님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상균 위원장의 요청이 무엇인지, 각계 각층의 의견이 어떠한지, 사회갈등이 해소되길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이 무엇인지 면밀히 살펴가면서 당사자, 정부 등과 함께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지혜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도법스님은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 들어온 것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찬반 논란이 있다"며 "엄격한 법집행이 필요하다는 의견, 종교단체로서의 자비행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 모두 가벼이 여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회의는 다양한 사회적 의견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숙의의 과정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화쟁위는 한 위원장을 사찰 밖으로 내보내지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도법스님은 "조계사는 찾아온 손님에 대해 불편을 감수하기로 했다"며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 부처님은 고통받는 중생을 끌어안는 것이 붓다의 존재 이유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또한 "여러 불편을 감내하고 있는 조계사 신도분들께도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번 일을 우리 사회 전체가 성숙해지고 발전하는 계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백남기(69)씨에 대해서는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올해 4월 세월호 추모 1주기 집회를 불법으로 이끌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원에서 구인장이 발부된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 16일 밤 조계사로 피신했다.
이후 조계종은 한 위원장의 거취와 시국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고심했다.
한 위원장은 18일 조계사 부주지인 담화스님과 면담에서 "항상 사회적 약자 문제에 고민하면서 앞장서 온 조계종 화쟁위원회에 중재와 큰 도움을 요청한다"며 신변보호를 공식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