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을 꺾고 프리미어 12 결승에 안착했다. (자료사진=박종민 기자)
오타니 쇼헤이(니혼햄 파이터스)에게 7회까지 1안타로 꽁꽁 묶였던 한국 타선은 투수가 바뀐 뒤 터졌다. 9회초 안타 5개와 몸에 맞는 공 1개, 볼넷 1개로 대거 4점을 뽑아내며 4-3, 기적 같은 역전승을 만들었다.
결국 9회에 승부가 갈렸다. 하지만 여러 차례 승부처가 있었다.
한일전을 승리로 끝낸 뒤 20일 훈련 중 김인식 감독의 말로 드라마 같은 한일전의 승부처를 다시 짚어봤다.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이대은은 3회까지 무실점 호투했다. 하지만 투구 수가 많았다. 3회말까지 73개의 공을 던졌고, 4회말부터 구위가 떨어졌다. 구심이 이대은의 바깥쪽 공을 잘 잡아주지 않았던 탓이다.
반면 오타니의 바깥쪽 공에는 조금 후했다. 덕분에 오타니는 7이닝 동안 85개의 공만 던졌다.
김인식 감독은 "포수 양의지가 '처음에는 이대은의 공이 조금 빠지긴 했는데 나중에는 안 잡아줬다'고 말했다"면서 "4회말 점수를 줄 때 첫 타자였던 나카타 쇼에게 내준 볼넷도 구심이 바깥쪽 공을 안 잡아줬다"고 말했다.
▲오타니의 예상 밖 교체일본 고쿠보 히로키 감독은 7회까지 한국 타선을 피안타 1개, 몸에 맞는 공1개로 잠재웠다. 투구 수도 85개. 그런데 고쿠보 감독은 8회부터 오타니 대신 노리모토 다카히로를 마운드에 올렸다. 결국 노리모토는 9회초 무너졌고, 역전패의 빌미가 됐다. 일본 언론도 고쿠보 감독의 투수 운용을 비난했다.
경기 후 일본 언론의 질문에 말을 아꼈던 김인식 감독은 "이런 대회는 페넌트레이스처럼 하는 게 아니다. 특히 투수 운용은 더 그렇다. 물론 미국, 일본처럼 선발 투수가 힘이 있어 6~7회 끌고가면 뒤에 움직이는 게 편하다"면서 "투구 수로 보면 오타니가 9회까지 갈 거라 생각했다. 잘 내려갔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현수가 정확한 타자인데도 맞히지도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노리모토도 일본 정상급 투수다. 150㎞가 넘는 빠른 공을 자랑한다. 하지만 오타니의 160㎞ 강속구를 지켜보던 한국 타자들에게 노리모토의 공은 익숙했다.
김재호의 실책도 뜻하지 않은 변수가 됐다. 0-1로 뒤진 4회말 1사 1, 2루에서 유격수 땅볼을 병살로 연결하려다 실책을 범했다. 그 사이 2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왔고, 이어 희생 플라이까지 나오면서 3점째를 내줬다.
김인식 감독은 "이대은이 1점으로 막을 수 있었다"면서 "그랬으면 일본도 투수를 마음대로 못 썼을 것이다. 아마 오타니로 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3점 차에다 노리모토도 잘 던졌으니까 바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8회말 1, 3루 위기에서 투입된 임창민0-3으로 끌려가던 한국은 8회말에도 위기를 맞았다. 2사 1, 3루에서 타석에 사카모토 하야토가 섰다. 개막전에서 정우람에게 홈런을 친 타자였기에 정우람은 마운드를 내려갔다.
3점 차와 4점 차는 확연히 다르다. 추가 실점은 패배로 가까워지는 길이었다. 그런데 김인식 감독의 선택은 정대현과 이현승이 아닌 임창민이었다.
김인식 감독은 "임창민은 공은 안 빨라도 포크볼 등 재주를 부릴 줄 아는 투수다"라면서 "경기를 뒤집을지, 아니면 3-3 동점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정대현과 이현승은 뒤에 둬야 했다"고 설명했다.
임창민은 사카모토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불을 껐다. 김인식 감독도 "임창민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기적의 9회…대타와 일본의 전진 수비
0-3으로 뒤진 9회초 한국의 마지막 공격.
김인식 감독이 승부수를 던졌다. 양의지 대신 오재원, 김재호 대신 손아섭을 연속 대타로 썼다. 오재원과 손아섭 모두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상위 타선으로 찬스를 연결시켰고, 결국 승부를 뒤집었다.
사실 순서에 대한 고민은 있었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의 선택이 맞았다.
김인식 감독은 "오재원이 그래도 손아섭보다 빠르고, 주자가 없을 때 더 편할 거라 생각했다. 손아섭은 경기 전에도 찬스 때 쓴다고 말했다. 주자가 있을 때 해낼 거라 믿었다"면서 "대타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니 일본이 당황하는 게 보이더라. 그리고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 후 이대호가 치기 전에 뒤집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에 앞서 무사 만루 찬스였다. 일본은 이미 무사 2, 3루부터 내야진이 전진 수비를 펼쳤다. 홈을 잡겠다는 수비였다. 하지만 오히려 투수들에게는 부담이었다. 결국 몸에 맞는 공, 볼넷을 연거푸 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