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당 내홍 수습책으로 던진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공동지도부) 카드에 대해 안철수 전 대표가 거부하면서 야당의 내분은 다시 시계 제로의 혼돈 상태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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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대표가 문안박 연대를 거부하며 역제안한 '혁신전당대회(혁신전대)' 개최를 둘러싸고 주류와 비주류 세대결이 격화되고 있어 야당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안 전 대표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며 진실로 모두가 화합하는 감동과 파격을 만들기에 부족하다. 더 담대하고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혁신전대'(1단계)→'천정배 신당과의 통합 추진'(2단계)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제안했다.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 전대의 이름을 '혁신전대'라고 한 이유는 이를 통해 과감한 당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안 전 대표가 역제안한 혁신전대를 두고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세대결이 재점화되면서 야당이 다시 혼돈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 비주류 "혁신전대 지지"…문재인 사퇴 등 결단 촉구비주류인 박지원 의원과 주승용 최고위원은 안 전 대표의 회견 직후 혁신전대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힌 상태고, 비주류모임인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민집모)' 소속 의원들도 30일 주례회동 이후 지지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대를 위해서는 문 대표를 포함한 현 지도부의 사퇴가 필수적인 만큼 비주류가 다시 문 대표 사퇴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안 전 대표의 고언은 안 전 대표만의 의견이 아니라 당에 마지막 희망과 애정을 가진 분들의 소리 없는 절규"라며 문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비주류인 주 최고위원도 자신의 페이스북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안 전 대표의 생각에 공감한다"며 "혁신전대는 흔들리는 호남민신을 잡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고, 전대가 (당내) 통합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집모 소속 문병호 의원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혁신전대에서 뽑힌 새지도부가 힘을 갖고 통합과 혁신을 추진할 수 있다"며 "민집모 의견이 문 대표의 사퇴와 새지도부 구성으로 모이는만큼 주례회동에서 혁신전대 지지성명 발표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 주류 "공천혁신안 무력화 시도" 반발…문재인, 이르면 이번주 입장 발표공을 넘겨받은 문재인 대표는 일단 당내 의견을 들어보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의 회견 직후 기자들을 만나 "문안박 연대 제안이 (성사)되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며 "안 대표께서 제안하신 방안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좀 더 의견을 들어보고, 최고위를 비롯해서 두루 의견을 듣고 난 뒤에 판단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표 등 주류는 통합전대가 문 대표의 사퇴와 시스템 공천을 골자로 한 공천혁신안을 무력화하는 시도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전대를 위해서는 문 대표 등 현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대를 주장하는 것은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과 다를바 없고, 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에서 통과된 공천 혁신안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문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당 통합을 위해 안 대표가 결단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분열을 선택한 것 같다"며 "혁신위가 만든 공천혁신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을 무위로 돌리고 혁신전대를 하겠다니..."라고 비판했다.
이어 "2.8 전대에서 선출된 당대표가 사퇴해야 전대를 할 수 있는 것인데, 앞선 전대에 대한 불복이고 총선을 앞두고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간 세대결을 하자는 것인데 여러 의미에서 고려할 수 있는 제안이 아니"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도 "안 전 대표가 뭐길래 중앙위까지 3개월 동안 고심해 마련한 혁신시스템을 붕괴시키려 하느냐"고 성토하며 "안 전 대표의 주장대로 내년 1월 전대를 통해 새지도부를 꾸리면 그 지도부는 무엇을 근거로 총선을 위한 공천을 할 것인가. 시스템 공천이 무너지면 계파 나눠먹기식 공천이 될 것이 뻔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중도로 분류되는 한 의원도 "2012년에도 총선 직전 1월 전대에서 새지도부를 선출한 바 있지만, 이 전대는 전해 9월부터 준비한 전대였다. 현실적으로 내실있는 전대를 열기 촉박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지난주 문안박 연대에 지지성명을 발표한 초재선 의원들과 갈등 조정자 역할을 자임한 중진의원들도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지도체제 개편을 둘러싼 야당 내 백가쟁명식 혼란은 격화될 전망이다.
중진인 이석현 국회 부의장은 "전대를 하면 당이 지나친 계파싸움으로 갈 수 있어 문안박과 광역단체장을 포함한 합의추대를 통해 지도부를 꾸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진인 김성곤 의원은 "문안박 연대가 받아들여지면 좋았겠지만 안 전 대표가 제안한 안(案)도 동의하는 의원들이 있는 만큼 2가지 안을 모두 놓고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조만간 중진의원들이 만나 이와 관련된 의견을 나누고 조율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표는 이르면 이번 주, 안 전 대표의 역제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지만 혁신전대로 다시 커지고 있는 원심력을 구심력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