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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 남혐?…'총성'만 없는 남녀 인터넷 댓글전쟁

사회 일반

    여혐? 남혐?…'총성'만 없는 남녀 인터넷 댓글전쟁

    • 2015-12-02 08:00

     

    빅데이터로 확인된 성(性) 대결…6월 '남혐' 신조어 폭증·메갈리아 등장
    전문가 "미성숙한 행동…서로 협력하고 배려하는 존재 깨달아야"

    인터넷에서 성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남성과 여성이 인터넷에서 댓글 전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일명 '김치녀'로 여성들을 비하해온 일부 남성들의 악성 댓글에 대해 그동안 침묵했던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총성없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양측 모두 공격의 집중력과 화력은 엄청나다. 빅데이터 분석결과, 남성과 여성이 서로 공격하는 댓글들은 짜깁기 돼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서 확대·재생산 되고 있다.

    ◇ 올해 6월 '남혐' 신조어 한달새 '2건→7천596건' 폭증…배경엔 '메갈리아'

    2일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남녀 댓글 전쟁은 지난 6~8월을 거치며 하반기 본격화됐다.

    지난 6월 남성혐오(남혐) 신조어가 전달의 2건에서 7천596건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남성혐오 신조어는 '한남충', '강된장남', '숨쉴한' 등이다.

    '남혐' 신조어 언급량이 갑자기 늘어난 배경에는 '메갈리아'가 있다. 그동안 남성들로부터 온라인상에서 일상적인 언어폭력을 당했던 여성들이 더는 참지 못하고 반격에 나선 것이다.

    포털사이트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에서 6월 시작해 8월 독립적인 사이트로 오픈한 메갈리아는 노르웨이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메르스 갤러리'에서 이름을 따온 인터넷 커뮤니티로, 일간베스트(일베) 등의 여성혐오(여혐)에 대해 남성혐오로 맞대응한다.

    메갈리아 관련어는 '여혐'(2만3천970회), '혐오'(2만2천375회), '싫다'(7천773회), '욕하다'(7천501회), '웃기다'(6천850회) 등 순으로 많았다.

    이밖에 '폭력적'(3천116회), '불편하다'(2천946회), '막장'(2천395회) 등도 꾸준히 언급돼 메갈리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나타났다.

    데이터상으로는 아직 남성 쪽 화력이 강하다. '여혐'과 관련된 언급이 '남혐'(남성혐오)보다 훨씬 많다.

    2011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블로그(6억4천992만6천92건)와 트위터(78억1천947만6천137건)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여성혐오가 언급된 횟수는 월평균 8만회로, 월평균 1만여회로 집계된 남성혐오 언급 횟수의 8배에 달했다.

    다음소프트 최재원 이사는 "남성혐오를 뜻하는 단어는 올해 6월 이전까지 한 달에 1∼2건 정도 나오거나 아예 없었다"며 "반면 김치녀·된장녀 등 여성혐오 단어는 분석을 시작한 2011년부터 연 3만∼15만 회나 됐다"고 말했다.

    ◇ 장동민 vs. 장동민…같은 사안 정반대 댓글

    여성과 삼풍백화점 사고 피해자 등을 저속한 표현으로 비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대중의 뭇매를 맞았던 개그맨 장동민이 지난 6월 tvN 예능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자숙도 없이 복귀한다는 지적이 방송가 안팎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를 지적하는 기사들에는 "별로 잘못한 것도 아니었는데 사과까지 다 했는데 무슨 또 마녀사냥을 시작하려는 거냐. '꼴페미'(꼴통 페미니스트)들아 작작 좀 해라"(네이버 아이디 'slad****')라는 댓글처럼 '여성 혐오(여혐)'를 보여주는 악플이 대거 달렸다.

    하지만 똑같은 장동민이 지난달 16일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정형돈 대신 객원 MC로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이날 '냉장고를 부탁해' 관련 트위터버즈량은 3천341건으로 전주 대비 배 가까이 뛰었는데 프로그램 관련된 트윗은 대부분 누리꾼들의 화난 목소리로 채워졌다. 여성들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일었기 때문이다.

    '냉장고를 부탁해'와 관련된 SNS 급상승 키워드로는 '장동민' '망하다' '사요나라' 등이 올라 장동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보여줬다.

    남녀 댓글 전쟁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도 벌어진다.

    지난달 23일자 포털사이트 네이버 '많이 본 뉴스'에 올라온 날씨기사에 달린 댓글 대부분은 날씨와는 전혀 관계없는 내용이었다.

    누리꾼들의 '공감'을 200개 이상 받아 상위에 올라온 댓글은 모두 불특정 한국 남성을 조롱·비난했다. 한국 남성은 벌레라는 뜻의 '한남충'이나 남성의 생식기를 비하한 댓글도 등장했다.

    이를 본 남성들은 '메갈퇘지' 등 여성혐오 단어들을 쏟아냈다. '뚱뚱하고 못생긴' 여성들을 비하한 이 단어들은 여성의 외모에 대해 차별적이고 공격적인 남성들의 시선을 드러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좌절된 기분 등을 적으로 설정한 상대(다른 성)에게 노출하는 심리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초등학생들이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성을 가진 상대방을 놀리는 심리와 비슷한 것으로,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미성숙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교 교수는 "이같은 현상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남녀가 원수나 적이 아니고 이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구성원으로서 서로 협력하고 배려해야하는 존재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라며 "특히 성차별적 이데올로기를 가진 남성의 문화나 의식을 바꿀 수 있는 학교 등에서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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