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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 할머니가 진범?

    • 2015-12-03 08:15

    검찰 "범행 입증 자신" vs 변호인 "직접 증거 없어"

     

    경북 상주에서 6명이 숨지거나 크게 다친 '농약 사이다 사건' 진범은 누구인가.

    오는 7일부터 11일까지 대구지법에서 열리는 이 사건 국민참여재판에서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증거를 확보한 만큼 피고인 박모(82) 할머니의 범행 입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변호인은 범행을 저지를 만한 동기나 직접 증거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 사이다 마신 6명 의식 잃고 줄줄이 쓰러져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7월 14일이다.

    오후 2시 43분께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 있던 60∼80대 할머니 6명이 사이다를 나눠 마신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들은 초복인 7월 13일 먹다가 남은 음료수를 마시던 중 입에 거품을 물고서 복통을 호소했다.

    사이다병은 드링크제 뚜껑으로 닫혀 있었다.

    이 가운데 2명이 병원에서 숨졌다. 중태에 빠진 4명은 병원 치료를 받고서 차츰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마신 사이다에는 고독성 농약이 들어 있었다.

    사건이 워낙 끔찍하다가 보니 온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 사이다 안마신 할머니가 범인

    사건 당시 마을회관에는 박 할머니를 비롯해 7명만 있었다.

    경찰은 사이다병에 살충제가 들었다는 점에서 실수라기 보다는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수사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3일 만인 7월 17일 함께 마을회관에 있었으나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박모 할머니를 용의자로 체포한 뒤 같은 달 20일 구속했다.

    박씨 집 주변 수색에서 병뚜껑이 없는 자양강장제 병이 나온 것을 유력한 증거로 내세웠다.

    병 속에는 피해 할머니들이 마신 사이다에 든 살충제와 같은 성분의 살충제가 남은 것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에서 드러났다.

    이 살충제는 무색무취한 맹독성 농약으로 2012년 판매를 금지했다.

    살충제가 남은 자양강장제 병 유효기간과 할머니 집에 보관 중인 자양강장제 병의 유효기간이 같은 점, 살충제가 남은 병이 후미진 곳에서 나온 점도 의심을 샀다.

    박 할머니는 수사 초기에 거짓말탐지기 사용을 거부하기도 했다.

    ◇ 검찰-변호인 유·무죄 공방 결과는

    박 할머니가 사이다에 농약을 탄 범인이 맞는지가 참여재판에 핵심 쟁점이다.

    검찰은 기소 과정에서 박 할머니 집에서 살충제 성분이 든 드링크제 병이 나온 점과 사이다병 뚜껑으로 사용된 드링크제 뚜껑과 유효기간이 같은 드링크제가 여러병 발견된 점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게다가 피고인 옷 등 21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점, 범행 은폐 정황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 할머니가 사건 전날 화투놀이를 하다 심하게 다퉜다는 피해자 진술 등도 주요 증거로 내세웠다.

    사건 당시 출동한 119구급대 블랙박스 영상에는 박 할머니가 살충제 사이다를 마시고 마을회관 밖으로 뛰쳐나온 신모 할머니를 따라나왔다가 다시 마을회관으로 들어가 55분간 신고하지 않은 채 그냥 있었던 장면이 찍혀 있다.

    또 검찰은 피고인에 대한 통합심리분석(행동분석, 심리생리검사) 결과에서도 '거짓반응'으로 나온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사이다병에 농약을 넣은 사실이 없다'는 진술이 거짓으로 판명났다는 것이다.

    검찰은 주변인 진술을 토대로 "사건 전날 화투놀이를 하다가 다른 할머니와 싸운 것이 범행 동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검찰이 고독성 살충제 구입경로, 농약 투입 시기 등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점을 들어 무죄라고 반박하고 있다.

    더구나 박 할머니가 70년 가까이 한마을에서 가깝게 지낸 할머니들을 살해할 동기가 없다고 강조한다.

    일부 주민과 농지임대료 때문에 싸웠다지만 3∼4년전 일이고 10원짜리 화투를 치면서 싸움을 했다는 것 역시 드러나지 않았고 이를 확인했더라도 살해 동기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견해다.

    변호인 측은 "벼농사를 지은 지 20년이 넘었기 때문에 살충제를 살 필요가 없고 실제로 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고령인 만큼 심리분석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옷, 전동스쿠터, 지팡이 등 광범위하게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점과 관련해 박 할머니는 검·경 조사에서 "피해 할머니들 입에 묻은 거품을 닦아주다가 내 손과 옷에 살충제 성분이 묻었다"고 진술했다.

    변호인은 진범이 스쿠터 손잡이에 살충제를 묻혀 놓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과 관련해 "한 할머니를 따라나가 휴지로 입의 거품을 닦아준 뒤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가 다른 사람들 거품을 닦아주면서 사람들이 곧 올 것으로 생각하며 마냥 기다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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