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라운드 대결은 어떨까' 올 시즌 치열한 골밑 대결로 장군멍군을 부른 KEB하나은행 첼시 리(왼쪽)와 우리은행 양지희.(자료사진=윤성호 기자, WKBL)
한국 무대에서 충격적인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는 부천 KEB하나은행 첼시 리(26 · 189cm). 2일까지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득점 5위(15.1점), 리바운드 전체 1위(11.1개)에 팀 공헌도 1위로 팀의 2위(5승4패)를 이끌고 있다.
할머니가 한국인인 리는 해외동포 선수 자격으로 뛰고 있다. 엄청한 힘과 기술로 하나은행의 골밑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국내 선수는 물론 외국 선수들까지 리를 막는 데 애를 먹는다.
그런 리도 힘겨워 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춘천 우리은행 센터 양지희(31 · 184cm)다. 사실 양지희는 국내 센터 중 최강으로 꼽힌다. 힘과 노련함을 갖춘 양지희는 올 시즌도 득점 9위(11.1점) 리바운드 8위(6.6개)를 달린다. 외국 선수들을 뺀 토종들 중에는 리그 톱을 다툰다.
1차전에서는 리의 판정승이었다. 지난 10일 춘천 원정에서 리는 15점 12리바운드로 63-62 역전승을 이끌었다. 양지희도 14점을 올렸으나 3리바운드에 그치는 등 골밑에서 밀렸다. 아무리 힘 좋은 양지희도 리는 다소 힘에 부쳤다.
우리은행 양지희(오른쪽)가 지난달 22일 KEB하나은행과 2차전에서 첼시 리의 수비를 뚫고 레이업슛을 시도하는 모습.(자료사진=WKBL)
하지만 리는 2차전에서는 쓴맛을 봤다. 35분여를 뛰며 10점 11리바운드를 올렸으나 1차전보다는 위력을 덜했다. 특히 양지희는 3점 5리바운드에 그쳤으나 리 봉쇄에 주력해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의 칭찬을 받았다. 1차전에서 리에 당한 양지희가 다짐한 2차전 설욕을 이뤘다.
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리는 "양지희를 막는 게 힘들다"고 혀를 내둘렀다. 부족한 힘을 노련함으로 메운다는 것. 리는 "양지희를 막다 보면 가끔 (헐리우드) 액션을 취하는데 문제는 파울이 불리니까 좀 짜증도 나고 미울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것 역시 리가 적응하고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로마에서는 로마 법을 따르라고 여기는 한국 무대인 까닭이다. 리는 "양지희가 파울을 얻어내는 것도 능력이라 박수를 쳐준다"면서 "다음부터는 더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래서 힘든 팀도 우리은행이다. 리는 "사실 우리가 이겨도 항상 근소한 차이라 상대가 모두 힘들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우리은행은 가장 잘 하는 팀이기도 해서 더 힘들다"면서 "임영희나 박혜진, 양지희 등이 10점 이상씩을 올리는 등 외국인 이상의 활약을 해줄 때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첼시 리, 기다려!' 올 시즌 부상에서 돌아온 KEB하나은행 샤데 휴스턴(왼쪽)과 복귀가 임박한 김정은.(자료사진=윤성호 기자)
그러나 이제 리도 강력한 원군을 얻는다. 바로 샤데 휴스턴(29 · 183cm)과 김정은(28 · 180cm) 등 외인과 토종 에이스다. 둘은 나란히 올 시즌 2경기만 뛰고 부상으로 개점휴업 중이었다.
그러다 휴스턴이 지난달 29일 구리 KDB생명과 홈 경기에 복귀했다. 휴스턴은 양 팀 최다 25점을 쏟아부으며 화끈한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리는 이날 4점에 그쳤지만 휴스턴의 가세로 득점보다 리바운드에 집중, 팀 최다 10개를 걷어내고 블록슛과 가로채기 2개씩을 올리는 등 골밑에 전념했다.
여기에 김정은도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외곽까지 보강돼 지원 사격을 펼치면 수비가 분산돼 리는 보다 수월하게 골밑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노리는 리의 데뷔 시즌 목표가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