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급과잉으로 2~3년 후 아파트 입주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제기되는 가운데 올해 3분기까지 중도금대출이 9조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망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이휘정 수석연구원이 6일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연구소의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 중도금대출 잔액은 41조6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말 잔액인 32조5천억원에 견줘 9조1천억원 증가한 것이다.
올해 9월까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순증액(18조3천억원)의 절반(49.7%)에 이르는 수치다.
은행권이 안심전환대출 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매각 방식으로 넘기는 안심전환대출 유동화 금액(약 31조7천억원)까지 포함하면 전체 주택담보대출 순증액의 18.2%규모다.
중도금대출의 이런 폭증은 올해 아파트 공급 물량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연구원은 "올해 신규분양시장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건설사의 밀어내기식 분양이 쏟아진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신규아파트 분양물량은 약 49만호로 추정되는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가 세운 중장기 주택공급계획상 물량인 연평균 27만호를 큰 폭으로 초과하는 것이다.
이 같은 분양 물량의 급증은 2~3년의 시차를 두고 입주 시점에 발생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공급과잉'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도금대출이 분양취소나 건설업 신용악화 등 여러 문제의 잠재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이 연구원은 지적했다.
중도금대출이 개인의 총부채상환비율(DTI)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평가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시공사의 보증을 토대로 하는 집단대출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상환능력을 보지 않기 때문에 주택 가격변동이나 대출 규제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입주 시점에 주택가격이 하락하거나 DTI 등 대출규제가 강화될 경우 대출을 갚지 못하는 미상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또한 입주시점의 주택가격이 분양가격보다 하락해 분양계약 취소 등의 분쟁이 잇따르면 대출 건전성이 악화될 수도 있다.
실제로 2012년 아파트 분양계약 취소와 관련된 소송이 잇따르면서 은행의 집단대출 연체율이 2년간 1%포인트 오르기도 했다.
더구나 시공사의 보증 형태로 이뤄지는 중도금대출의 건전성 악화는 건설업의 신용위험을 가져올 위험성도 있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고 영세한 시공사일수록 상대적으로 주택가격 하락위험이 큰 사업장에 관여하게 되므로 대출 부실화로 인한 타격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이 연구원은 "통상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은 전체 매매대금의 60~70%를 2년여에 걸쳐 중도금으로 분할 납부하기 때문에 올해 분양 물건에 대한 중도금대출은 앞으로 2년여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집단대출을 구성하는 잔금·이주비·중도금대출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게 중도금대출"이라며 "집단대출의 세부유형별 모니터링을 강화해 위험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