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동취재단)양측의 합의사항이 담긴 공동보도문을 발표하지 못한 것은 물론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종료됐다. 사진은 지난 11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만나는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왼쪽)과 북측 대표 전종수 조국 평화통일 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오른쪽). 윤성호기자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열린 남북 당국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남에 따라 8.25합의 이후 어렵게 되살려낸 대화 분위기가 다시 차갑게 식고 있다.
남북은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개성공단에서 제1차 차관급 회담을 열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 문제를 폭넓게 협의했지만 끝내 결렬되고 말았다.
양측은 이틀간 1번의 전체회의와 4번의 수석대표 접촉을 통해 절충을 시도했지만 공동보도문은커녕 다음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헤어졌다.
남측은 이산가족의 전면적 생사 확인 및 서신 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환경·민생·문화 등 3대 통로의 개설, DMZ 세계평화생태공원 조성, 개성공단 3통 문제를 중점적으로 제기했다.
이에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시켜 동시 추진 및 동시 이행을 주장하며 내내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측은 인도적 문제인 이산가족 문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문제는 그 성격이 다른 사안으로 이를 연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남측은 또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북측이 관광객 신변 안전과 재발방지 및 재산권 회복 등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측은 이와 관련, 먼저 금강산관광 실무회담을 개최할 것을 역제의하기도 했다.
반면 북측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다른 사안을 논의할 수 없다고 하면서 일체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는 게 남측 대표단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양측의 경직된 태도로 인해 8.25합의의 후속조치를 이행하기 위한 대화 모멘텀은 크게 약화될 처지에 놓였다.
남북은 8.25합의 6개항 가운데 준전시상태 해제(제4항)와 이산가족 상봉(제5항) 등을 대부분 이행했고, 가장 핵심이랄 수 있는 당국회담 개최(제1항)만 남겨둔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당국회담이 개최되긴 했지만 차관급에 머물렀고 그나마 의제도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채였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사실상의 또 다른 예비회담으로서 차기 회담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이라도 하길 기대했지만 그조차도 실패했다.
남측은 오는 14일에 회담을 재개하자고 제의했지만 북측은 남측이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서 단호히 거절했다.
결과적으로 남북은 당분간 냉각기를 갖고 새로운 접근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다만 이번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남북의 대화 의지를 어느 정도 확인했고 각자 요구조건을 면밀히 파악한 것은 소득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북측이 금강산관광 재개를 집요하게 요구한 것은 그만큼 절박한 사정을 드러낸 것이어서 이를 고리로 삼아 협의를 재가동할 여지는 남아있는 셈이다.
북측은 금강산관광을 내년 3, 4월에 재개하면 이산가족 상봉에 응할 수 있다며 구체적 방도까지 거론했다는 후문이다.
북측으로서도 내년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대남관계에서의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대화를 기피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회담 과정에서도 북측 관계자는 남측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자고 마주 앉은 것 아닌가”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남북은 내년 설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을 매개로 당국회담을 재개하는 방안을 예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