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추측은 하고 있지만 확인은 안되고 있다. 도대체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른바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이 베이징 공연을 불과 3시간여 앞두고 평양으로 전격 귀국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지 14일로 이틀이 지났다.
하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나 외교 소식통들도 이번 사태의 구체적인 전모를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 행사를 주관한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등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외국기관 관계자들의 전화조차 받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갑작스런 공연 취소의 배경으로는 지난 10일 전해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수소폭탄’ 발언에서 찾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정은 발언 직후 중국 최고 지도부가 '김정은 공연단'을 향해 손뼉을 친다면 북한 핵개발을 지지하는 듯한 신호를 보내는 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중국은 공연 참석자의 급을 낮췄고, 이에 대해 북한이 반발하면서 공연을 취소했다는 논리다.
이밖에도 ‘공연 내용에 북한 장거리로켓 발사 장면이 등장하고, 미국을 승냥이로 표현하는 공연 내용에 중국 측이 제동을 걸었다’는 설과 ‘김정은의 옛 애인으로 알려진 현송월 모란봉악단장의 자유분방한 발언과 그녀에 대한 해외 매체의 과도한 관심이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 ‘모란봉악단 단원 중 2명이 망명을 시도하다가 적발된 것 같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중화권 매체 등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의 장롄구이 교수는 "언론에서 나온 다양한 배경 분석은 근거가 없는 추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수소폭탄 보유' 발언과 관람 인사의 '격'을 둘러싼 갈등 보도에 대해서는 "가능한 상황이고 일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상황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밤 신화통신을 통해 업무 관련 소통 문제로 공연이 정상적으로 열릴 수 없었다고 밝힌 것이 사실상 중국 정부 공식 입장의 전부이다.
그러나 신화통신의 보도 내용은 너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고 '배경을 밝히기 싫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신화통신을 통해 북한과의 문화 교류·협력 등을 계속 발전시켜나가기를 원한다고 밝힌 것은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음을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관영 매체들도 이번 공연이 취소됐다는 정도의 소식만 전할 뿐 느닷없는 취소 배경 등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이는 당국이 강력한 보도통제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 역시 일체의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북중 양측의 추가적인 입장 표명이 없는 한 이번 사태의 원인은 미스터리로 남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