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우측)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좌측)가 지난 15일 오전 국회에서 선거구획정 논의를 위한 정의화 국회의장(가운데)과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악수를 나눈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내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예비후보 등록일이 이틀 지난 17일.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며 한낮 체감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뚝 떨어졌지만, 정치신인들은 길거리에서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나눠주며 얼굴을 알리느라 이마에 구슬땀이 맺혔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강추위가 아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전을 거듭한 끝에 아직도 결론을 맺지 못한 '선거구 획정 문제', 불공평한 '선거법'과 소속 정당의 '당헌·당규'가 정치신인들의 마음속을 새까맣게 타들어가게 만들고 있다.
◇ 골대도 없는데 골을 넣어라?여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현행 인구편차 3대1을 2대1로 줄여 선거구 획정을 다시해야 하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협상에 번번이 실패했다.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 (사진=김행 홈페이지 캡처)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정치신인들에게 떠넘겨졌다. 골대도 없이 골을 넣어야 하는 선수가 된 것.
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중구에서 출사표를 낸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일궈야 할 표밭의 절반을 포기한 상태다. 중구가 인구 하한 미달로 서울 성동갑 또는 성동을 지역구와 합구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까지 합구될 지역구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전 대변인은 "다른 예비후보가 있는 성동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어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며 "성동지역과 합구가 돼도 경선 과정에서 '중구' 대 '성동'의 지역 대결구도가 펼쳐질 것 같아 추후 갈등을 봉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라고고 심정을 털어놨다.
현행 '갑'과 '을'로 나눠진 강남구의 선거구는 분구돼 '병'이 생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강남을에서 도전장을 던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전현희 전 의원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강남을 지역인 대치동, 개포동, 일원동, 수서동, 세곡동 가운데 어느 동(洞)이 강남병으로 떨어져 나갈지 모르는 상황인 탓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전현희 전의원 (사진=황진환 기자)
전 전 의원은 현재 선거사무소로 사용하고 있는 변호사 사무실을 선거구 획정 후에 정식으로 마련해야 하고, 명함도 새로 제작해야 하는 탓에 지출 비용이 현역의원에 비해 최소 두 배라는 주장이다.
전 전 의원은 "선거구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답답한 상황"이라며 "이름과 정책을 알릴 홍보물을 어느 지역에 발송해야 할지도 모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선거구 획정에 대한 불만은 지역구 주민 역시 마찬가지다. 합구 또는 분구가 될 경우, 지역 대표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중구 다산동 주민 김모(55·여)씨는 "성동지역의 국회의원이 당선된다면 중구의 현안을 제대로 안 챙겨줄 게 뻔하다"며 "중구의 대표와 성동구의 대표가 각각 따로 있는 게 정상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 불리해도 너무 불리한 선거법과 당헌·당규정치신인들의 가장 큰 불만 중의 하나는 당원 명부(名簿)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경선에서 당원과 일반 국민의 여론조사 비율이 5대5로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비율이 3대7이다.
하지만 두 당은 현역의원 또는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과 달리 정치신인들에게 당원 명부를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선 유권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표를 달라고 호소해야 하는 셈이다.
김 전 대변인은 "당원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를 알릴 방법이 없다"며 "시험과목이 국어와 영어인 데, 영어를 포기하고 국어만 공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역의원들은 당원들을 상대로 한 의정보고회나 간담회를 열 수 있는 반면, 정치신인들은 그런 자리에 초대조차 받지 못한다"며 "현역의원들이 답안지를 갖고 시험을 보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또 지역구의 현안을 듣고 공약을 만들기 위한 주민간담회도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 열 수 없고, 후원금 모금도 현역의원들에 비해 너무 불리하다는 게 정치신인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