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현재 우리 경제가 맞닥뜨린 상황은 엄혹하다. 정부 경제팀 수장으로 지명을 받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우리 경제를 둘러싼 격랑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다. 일부 신흥국들이 벌써부터 투자자금 유출로 휘청이고 있고, 우리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둔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수출도 자꾸 줄어들고 있다. 가계부채는 1200조원에 육박했고, 그나마 조금씩 살아나는 민간소비도 다음달에 개소세 인하효과 종료로 갑자기 절벽을 맞을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3%에도 못 미치는 2%대 중반으로 예상되면서 저성장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는가 하면, 구조적으로는 내년에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고 하락하면서 인구 고령화 문제가 본격 우리 경제의 활력을 감퇴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9일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이제는 경제 리스크 관리라는 측면에 상당한 중점을 둬가면서 정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경제는 각종 위험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유일호 내정자에게는 우리 경제 안팎을 휘몰아치는 격랑을 헤쳐가야하는 막중한 임무가 놓여 있다.
유일호 내정자는 경제학 박사이자 조세연구원장 출신의 경제 전문가다. 또 새누리당 친박 재선 국회의원으로서의 정무감각, 그리고 불과 한달 전까지 국토교통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쌓은 행정력까지 고루 겸비한 인물이라는 점에서는 기대를 낳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역임하는 등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8개월여의 기간 동안 국토부 장관을 하면서 이렇다할 성과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총선 출마를 위해 장관직을 내려놓았다가, 다시 한달여 만에 경제부총리라는 중책을 맡으며 불출마를 시사한 점도 개운치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곧바로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났던 인물을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기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통령이 믿고 쓸 사람이 그렇게도 없는지 답답하고, 한치 앞도 내다보지 않고 개각을 했었다는 말인지 황당하기까지 하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게다가 우리 경제가 처한 위험에 대비한 해법이나 경제 방향을 내놔도 시원찮을 시점에 그저 기존의 경제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점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유일호 내정자는 21일 경제부총리 내정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가 일관돼왔다고 생각한다"며 "일관된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