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과 만나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부분개각을 단행했다. 개각은 20대 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최경환·황우여 부총리와 정종섭 행자, 윤상직 산업, 김희정 여가부 장관 등 5명의 국무위원을 대상으로 이뤄져 총선용 개각이라 불릴 만하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는 국토부 장관을 지낸 유일호 의원이 발탁됐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는 이준식 서울대 교수, 행정자치부 장관에는 홍윤식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 산업통상부 장관에는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 여성가족부 장관에는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내정됐다.
인물들의 면면을 볼 때 집권 4년차를 앞두고 변화 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일호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의 일관된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우선적 과제는 구조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위기설과 국정교과서 파동 등 중차대한 현안을 해결해야 할 상황에서 이번 개각 명단이 각 분야를 대표할 최고의 전문가들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야당에서는 회전문인사, 보은인사라는 논평이 즉각 쏟아졌다.
한국경제가 일본의 20년 장기불황과 같은 깊은 터널 속으로 빠져들지 모를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 최대 관심은 단연 경제사령탑이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며 국토부장관에서 물러난 인물을 한 달 만에 다시 기용하는 것은 우선 매우 부자연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사령탑의 바통을 정치인 출신인 유일호 의원에게 넘긴 것은 코드가 맞는 인사를 통해 정책기조를 크게 흔들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입법을 고려해 정무적 능력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한국개발연구원과 조세연구원장을 거친 정책통이긴해도 그가 작금의 위기를 헤쳐나갈 최적임자인지에 대해서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다. 한국 경제에 위기가 닥친다면 금융 쪽에서 올텐데, 금융분야의 실무경험이 부족해 과연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겠냐는 우려다.
부총리를 지낸 한 전직관료는 “위기를 막으려면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재벌과 은행이 유착돼 있는 상황에서 은행이 구조조정을 주도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그걸 해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금융을 잘 아는 배짱있는 관료나 전문가가 구조개혁을 진두지휘하는 게 바람직했다는 견해다.